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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교자본' 알아야 '일대일로' 보인다"

[2017 키플랫폼 팬더모니엄 2020: 리마스터링 코리안 헤리티지] <연사 인터뷰> 롱덩까오 칭화대 화상연구센터 주임 겸 교수

구유나 | 2017.06.0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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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덩까오 칭화대학 화상연구센터 주임 겸 교수가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콘래드서울에서 진행된 머니투데이 주최 글로벌 컨퍼런스 '2017 키플랫폼' 분과세션 '새로운 중국, 포용적 세계화와 구조개혁 동시 추진이 낳을 협업의 기회'에서 '트럼프 시대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과 화상의 역할'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전 세계에 흩어져 사는 중국 화교의 수는 약 6000만 명이다. 19세기 중반 청나라 때 중국인들이 농경지를 찾아 동남아 등지로 떠나면서 시작된 화교 역사는 오늘날 홍콩 최대 부호 리카싱 CK(청쿵)그룹 회장을 비롯해 걸출한 화상(華商·화교 상인)을 낳았다.

중국 학계에 따르면 오늘날 화교자본은 최소 2조5000억달러(약 2800조원) 수준이다. 중국 정부가 본토와 중앙아시아, 유럽을 잇는 육·해상 경제벨트인 '일대일로'(一帶一路)를 강조하는 지금, 화교자본의 향방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17 키플랫폼'(K.E.Y. PLATFORM 2017)에서 롱덩까오 칭화대학 화상연구센터 주임 겸 교수와 만나 세계 경제에서 비중이 커지고 있는 중국 화교자본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롱덩까오와의 일문일답.

-중국 화교자본의 특성에 대해 설명해달라.
▶먼저 중국 화교의 특징을 설명해야 할 것 같다. 화교는 전 세계에 있지만 대체로 3개 지역에 집중돼있다. 첫 번째는 전통적인 집중 지역인 동남아, 두 번째는 이민을 많이 받아들이는 미국, 캐나다, 호주, 세 번째는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 일대일로 관련 국가들이다.

동남아 지역의 경우 대부분 소규모 장사를 하는 화교들이지만 대기업도 꽤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살림그룹, 진광그룹, 리바오그룹 등이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두 번째인 이민국 화상의 경우 식당 등 낮은 레벨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첨단 기술이나 금융 기반의 화교 기업인들로 양극화됐다. 일대일로 관련국에서는 무역기반 위주의 화교 자본이 윈저우(운주) 상인들을 중심으로 최근 20년간 빠르게 성장했다. 이들은 중국의 저렴한 물건들을 유럽, 중동 지역에 소개를 해서 이익을 창출한다.

-중국 화교도 2, 3세대로 교체되면서 성격이 달라졌을 것 같은데.
▶물론 다르다. 1세대 화교는 조국에 대해서 뜨거운 사랑과 애정을 가지고 있다. 이건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당시 조국이 어렵고 굴곡진 역사를 가졌기 때문에 애정이 남다르다. 이들은 중국에 대한 투자도 많이 하고 기부도 많이 했다. 반면 일부 2, 3세대 화교는 중국과의 연결고리가 약해지고 서구화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젊은 화교들은 중국어 교육을 꼭 받고 강한 네트워크를 유지하기 때문에 중국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 또 중국에서의 사업 기회 그 자체에 대한 매력을 느껴서 투자하는 경우도 많다.

-화교 기업과 한국 기업의 중국 투자 현황은.
▶한국을 비롯한 외국기업들은 2001년 중국이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했을 때 투자를 늘렸고 2006년에 최고치를 찍었다. 당시 한국 자본이 중국 FDI(외국인직접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약 9%, 선진국가의 비율이 34%였다. 지난 10년간 한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잘 진출했다. 한국 기업들의 대(對)중국 투자 실적이 대만을 훨씬 앞질렀다. 거기에는 중국요인이 있었다. 중국과 대만 정부간의 관계가 안 좋았던 시기에 기회를 잡은 것이다. 현재는 한국이 2~3% 정도까지 떨어졌다. 화교자본의 경우 80~90년대 중국 FDI 자본의 대부분을 차지하다가 선진국이 들어오면서 34%까지 떨어졌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다시 60~70%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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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덩까오 칭화대학 화상연구센터 주임 겸 교수가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콘래드서울에서 진행된 머니투데이 주최 글로벌 컨퍼런스 '2017 키플랫폼' 분과세션 '새로운 중국, 포용적 세계화와 구조개혁 동시 추진이 낳을 협업의 기회'에서 '트럼프 시대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과 화상의 역할'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중국은 화교자본에 대해 어떤 우대정책을 펼치나.
▶중국은 80~90년대 외자유치 일환으로 화교자본 투자에 대한 우대 정책을 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국내외 모든 기업에게 동등한 기회를 주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아무리 기회가 평등해도 화교 기업은 중국 투자에 있어 외국 기업에 비해 선천적 우위에 있을 수 밖에 없다. 화상은 문화적으로도 완전히 중국사람이고 대부분 어린시절부터 중국어를 배우기 때문에 언어적인 문제도 거의 없다. 친족을 통한 지연도 있다. 그래서 중국 정부의 발전 전략을 훨씬 더 정확하게 파악하고 지방정부와의 관계도 잘 유지한다. 이건 다른 외국기업들이 따라하기 힘든 부분이다.

나는 최근 세계 여러 기업 관계자들과 교류하며 공통적으로 부동산 사업을 추천했다. 지난 20년 동안 중국은 부동산 시장이 어마어마하게 활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진시장의 외국 기업들은 '우리는 부동산을 하는 기업이 아니다', '본사에서 허락할 리가 없다' 이런다. 사실 이게 맞다. 하지만 화교 기업들은 원래 어떤 기업이었든 간에 부동산 사업을 시작했고, 이로부터 큰 수익을 냈다.

-여담인데, 지금은 부동산 투자 말고 어떤 걸 추천하나.
▶부동산 시장은 이미 지나갔다고 본다. 도시화와 중국의 주택 부족 문제로 기회가 있었는데 이미 고점을 찍었다. 첫 번째로 주목할 분야는 공유경제, 빅데이터 등을 비롯한 디지털 경제다. 두 번째는 서비스 산업이다. 언어와 문화를 비롯해 중국인들의 심리를 잘 알고 있는 화상들이 절대적인 우위가 있다. 그렇지만 한국 기업에도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 칭화대 주변에도 코리안타운이 있는데 중국에는 잘 없는 중상~상급의 서비스와 제품으로 유명하다.

최고의 성공사례는 '한류'다. 한국의 문화 상품은 자타가 공인하는 잠재력이 있다. 지금 중국 정부가 정치적인 이유로 금지하고 있지만 보여주기 식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키플랫폼 참여한 중국 연사들도 한류스타 얘기를 하더라. 한류스타를 좋아하고 추종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이런 현상은 한국의 대중국 FDI에 전혀 포함되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큰 이윤을 창출하는 사업이다.

네 번째는 성형을 비롯한 의료산업이다. 중국의 의료시장 방향성은 '민영화'와 '개방'이기 때문에 기회가 있을 것 같다. 이미 중국인들 사이에서 '중국 여자들이 다 한국 가서 성형하고 오는데 입국 수속은 어떻게 하나'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에서 화교자본의 역할은.
▶일대일로는 국가 계획으로 격상됐다. 지난해 일대일로 관련 투자 규모가 145억달러(약 16조4800억원)였다. 이를 통해 11억달러(1조2500억원)의 세수 효과와 수십만 개 일자리 창출 효과를 봤다. 화상들은 중국 경제가 빠르게 발전하던 도입기 때처럼 반드시 기회를 잡아야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화상들은 중국의 문화와 언어뿐만 아니라 현지 관련국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일종의 '교량'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대일로 관련 시장의 3대 특징이 곧 화상들의 3대 우위다. 첫 번째는 일대일로 관련국 대부분이 신흥시장이라 불확실하고 변동성이 많지만 기회가 많다는 점, 두 번째는 관련국 대부분이 무슬림 국가라는 것. 한국이나 중국 기업들은 무슬림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낮지만, 화상들은 동남아에 많기 때문에 무슬림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높다. 세 번째 특징은 일대일로 관련 국가들은 리스크가 큰 시장이라는 점이다. 고위험 고수익 투자를 할 때는 리스크 관리와 통제가 중요하다. 화상들은 정치 리스크와 투자 리스크, 문화적 충돌에 대한 노하우가 있다.

특히 화상은 (일대일로 대상국에) 다국적 네트워크, 종친회, 향우회, 지역 상회 등 다양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싱가포르에 있는 천지엔허라는 화교 기업가가 있는데 최근 1억위안(165억원)을 기부했다. 10년에 거쳐서 일대일로 국가에 있는 화교에 대한 교육을 시행하기로 했고 화상센터도 교육에 참여했다.

일대일로는 중국이나 한국 기업들은 익숙하지 않은 시장이 될 수 있다. 화교 기업들과 협력해서 진출하는 것이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화교 자본을 통하면 거래비용과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