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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때엔 세계가 '협력' 외치며 대화를 했다"

[2018 키플랫폼][인터뷰]얀 페터르 발케넨더 전 네덜란드 총리·현 DSGC 의장

정한결 | 2018.04.25 17:17

편집자주 |  블록체인은 지금까지 세상을 지배했던 중앙집중식 시스템을 탈중앙화 구조로 바꿔 갈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러한 시대는 정부와 기업에게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4월 19~20일 서울 여의도 콘래도 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미디어 글로벌 콘퍼런스 '2018 키플랫폼'은 한 발 앞서 탈중앙화 세상을 그려봤습니다. 키플랫폼에서 다 전하지 못한 탈중앙화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전문가들의 인터뷰로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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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콘래도 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미디어 글로벌 콘퍼런스 '2018 키플랫폼'에 연사로 참가한 얀 페터르 발케넨더 네덜란드 전 총리. /사진=홍봉진
하이네켄, 필립스, 셸 등 8개의 네덜란드 대기업들은 지난 2013년 '네덜란드 지속가능성장 연합(DSGC)'을 결성했다. 이들이 뭉친 것은 심화되는 환경오염과 빈곤, 불평등, 식량부족 등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함께 풀기 위해서다.

DSGC는 '지속가능한 성장과 수익모델의 융합'을 문제 해결의 방법으로 삼았다. 세계 곳곳 정부·은행·대학 등 기관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빈곤, 식량, 기후, 에너지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동안 중앙정부에 부담을 넘기며 수익만을 목표로 삼았던 기업들도 이제 사회·환경 문제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현 DSGC 의장인 얀 페터르 발케넨더 전 네덜란드 총리를 만나 지속가능한 성장과 국제 경제 전망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지속가능한 성장은 어떻게 해야 가능할까.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협력해야 회사가 제대로 운영된다. 경제가 하나의 회사라면 CEO는 '기업', CFO는 '은행'이다. 기업과 은행이 협력해야 지속가능한 성장이 이뤄질 것이다.

과거 기업 비즈니스 모델은 미국의 신자유주의자 밀턴 프리드먼의 "비즈니스의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다"로 요약할 수 있다. 기업은 이윤을 내는 데에 집중했다.

오늘날 마이클 포터 하버드 경제학 교수는 "기업이 경제적 가치만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포함한 공동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제 기업이 지구의 미래와 인류 삶의 질 향상에 책임을 지고 환경, 에너지, 투명성, 인권, 노동여건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대다.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 아닌가
▶실제로 기업은 변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 자영업을 포함해 90%의 기업이 지속가능 성장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맥주회사 하이네켄은 맥주제작에 필요한 보리를 에티오피아에서 수입하지만 현지 생산량의 50%만 구매한다. 생산량 전부를 구매하면 에티오피아가 식량난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약 2만 명의 현지 농부를 개별적으로 연락해 우수한 보리 품종을 제공하고 수확량을 높이기 위한 농법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은행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이제 금융권도 바뀌어야 한다. 이 혼란의 시대에 은행들도 어떤 고객을 받고 누구에게 투자할지 선택해야 한다. '지속가능 성장 기여도'가 기업을 판단하는 하나의 척도로 자리 잡을 필요가 있다. 네덜란드중앙은행, 영국중앙은행을 포함한 세계 각지의 중앙은행은 이미 글로벌 지속가능발전 목표를 염두에 두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 과거 우리는 오존층의 붕괴를 막기 위해 협력했고, 오존층은 복구되고 있다. 너무 이상적이라고 비판할 수 있겠지만 차선책이 없다. 환경문제에 대해서는 우리가 선택권이 없기 때문이다.

-보호무역주의와 국수주의가 확대되고 있다. 국경을 넘은 협력이 가능할까
▶북한과 시리아, 무역전쟁 등 전 세계에 위험요소가 많다. 이 위험요소들이 안정도를 떨어뜨리며 경제전망을 악화시키고 결국 다른 마찰로 이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국가들이 협력해야 한다.

나는 총리를 하면서 가장 좋았던 순간으로 G20 정상회담이 열렸던 2009년 3월을 꼽는다. 당시 미국발 최악의 금융·경제위기에도 국제사회는 "협력하자"고 말했다. 새로운 금융모델을 만들고, 자유무역과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를 성공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지금은 어떤가
▶물론 2009년과 달리 지금은 대화 시도조차 어렵다. 그러나 흩어질수록 서로에게 돌아가는 이득이 없다. 미국이 말하는 무역문제 등 각 나라가 겪는 어려움을 솔직하게 토로하며 협력을 전제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네덜란드는 국토의 1/3이 해수면보다 낮다. 잦은 범람에 맞서 제방을 세우고 바다를 간척하기 위해 서로 협력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협력구조를 폴더 모델이라고 부르는데 국제 정세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는 한 행성에 같이 살고 있고, 경제·환경 등에 대한 목표를 이미 공유하고 있다. 목표를 추진하는 데 좀 더 진지하게 임한다면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