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在美경제학자 김승희 교수 "창조 한국, '글로벌 허브' 돼야"

[2015 키플랫폼 키맨 인터뷰] 김승희 세인트루이스대학교 존 쿡 경영대학 석좌교수

세인트루이스(미국)=조철희 | 2015.05.20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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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산업의 글로벌 허브, 한국'

재미(在美) 경제학자 김승희 세인트루이스대학교 존 쿡 경영대학(John Cook School of Business) 석좌교수(사진)가 '창조경제'로 도약하려는 고국에 권한 제안이다.

김 교수는 최근 머니투데이 글로벌 컨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 특별취재팀과의 인터뷰에서 "삼면이 바다인 한국은 물류 허브로서의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그는 "이미 한류를 비롯해 의료와 항공 서비스 분야 등에서 강점과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며 "한국이 물류 등 서비스 산업의 글로벌 허브가 되어 다른 나라보다 더 빠르고 질 높게 서비스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때마침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창업주 마윈 회장도 한국의 글로벌 물류 허브 가능성을 언급했다. 마 회장은 최근 방한 중 "한국과 함께 전세계를 연결하는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싶다"며 한국과 중국을 잇는 물류 네트워크 구축 구상을 시사했다.

김 교수 역시 글로벌 허브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중국 등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허브는 혼자서는 될 수 없다"며 "가까이 중국을 비롯해 일본, 동남아시아는 물론 러시아, 미국 등과도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960년~1970년에도 그랬지만 한국 혼자서는 성장할 수 없고, 한국사람들끼리 만든 '한강의 기적'이라고도 할 수 없다"며 "시장을 개방하고, 해외의 자본과 기술을 자유롭게 들여오고, 동시에 해외에서 많은 사업의 경험을 쌓아 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각국으로부터의 인재 유치가 필요하다"며 "인접한 동남아시아 인재들을 유치해 한국어나 중국어를 가르치고, 한국 교육이 뛰어난 수학과 과학도 가르쳐 이들을 글로벌 인재로 육성한다면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경제권 전체의 경쟁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허브의 역할이며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뉴욕대 경영대학원에서 MBA와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세인트루이스대학의 국제경영업무대학 석좌교수 겸 보잉국제경영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다국적 기업과 은행들을 상대로 자문했으며 세계무역센터 등에서도 일했다. 서울대 법대에 들어가 졸업도 하기 전에 미국으로 건너가 유학했으며 원로급 재미 경제학자다.

키워드를 중심으로 김 교수의 논평과 통찰을 인터뷰 발언 그대로 정리했다.

△한국 산업 전략

지금은 소비자와 고객의 선택이 결정적인 시대다. 그들이 선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여주고, 선택을 쉽게 해주고, 비용을 싸게 해줘야 성공할 수 있다. 즉 서비스를 잘해야 한다. 그렇다면 한국 경제는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한국이 물류 등 서비스 산업의 글로벌 허브가 될 것을 제안한다. 허브가 되어 다른 나라보다 더 빠르고 질 높게 서비스를 해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삼면이 바다다. 물류 허브로서의 가능성도 있고, 의료와 항공 서비스 분야 등에서 강점이 있다. 특히 한류에서 그 가능성을 보고 있다. 한류 이미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글로벌 허브는 혼자서는 될 수 없다. 가까이 중국을 비롯해 일본, 동남아시아, 러시아, 미국 등과 협력해야 한다. 지난 1960년~1970년에도 그랬지만 한국 혼자서는 성장할 수는 없다. 한국사람들끼리 만든 ‘한강의 기적’이라고 할 수 없다. 시장을 개방하고, 해외의 자본과 기술을 자유롭게 들여오고, 동시에 해외에서 많은 사업의 경험을 쌓아 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특히 해외 각국으로부터의 인재 유치가 필요하다. 예컨대 인접한 동남아시아 인재들을 유치해 한국어나 중국어를 가르치고, 한국 교육이 뛰어난 수학과 과학도 가르쳐서 이들을 글로벌 인재로 육성한다면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경제권 전체의 경쟁력 향상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허브의 역할이며 강점이다.

△창조경제

모든 창조는 필요성(need)에서 나온다. 개인도, 기업도 필요한 것을 창조한다.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는 편지, 팩스, 이메일처럼 메시지를 빨리 전달하고 싶다는 필요성 때문에 새로운 창조가 이어졌다. 인간의 창조적 능력은 무한하다고 믿는다. 역사적으로 그래왔기 때문에 앞으로의 미래도 희망적이라고 본다.

그러나 인간의 창조적 능력은 다름 아닌 인간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정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정부나 기업은 방해만 하지 않아도 좋다.

잘 따라하는 것만으로는 결코 창조를 할 수 없다. 이제 한국도 카피만 해서는 안되는 시점이다. 미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느낀 점 중 하나가 미국 학생들은 동일한 과제를 주었을 때 모두가 각자 다른 결과물을 제출하나. 무엇인지 정답인지는 알 수 없지만 각자 자신이 생각한 것을 내놓는다.

완전한 것은 없다.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그래서 처음 나온 것은 계속 고쳐진다. 그리고 결과는 소비자가 선택한다. 필요한 것, 시간을 줄여주는 것, 쉽고 싼 것. 그런 것이 성공한다.

△유교사상

강단에서 느낀 또 다른 한 가지는 동양에서, 특히 유교권 국가에서 온 학생들은 강의실에서 말을 잘 안한다는 것이다. 교수 눈치를 보고, 교수가 무엇을 원하는지만 생각하려 한다. 특히 한국 학생들은 자신의 의견을 잘 표현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교수로서는 알기 어렵다. 유교사상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유교사상이 하모니를 중시하지만 명령을 복종하는 것이 하모니는 아니다.

한국의 시스템에서는 교수를 제일로 여기지만 미국에서는 학생들의 생각이 존중된다. 상상도 못할 이야기들도 많지만 교수들은 오히려 그것이 좋다고 한다.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을 장려해야 한다. 개인의 생각이다 다르고, 거기서 잘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한국에서는 비판을 막으려 하는 관습이 있지만 비판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발전이 있다.

△글로벌라이제이션

한국에서도 떠나고 싶은 사람은 떠나게 해야 한다. 유대인처럼 밖으로 나가 성공한 민족도 있다. 한국에선 한국을 떠나면 한국인이 아니라고 보는 면이 있는데, 아니다. 밖으로도 많이 나가고 세계인들과 유대관계를 맺어야 한다.

경제 협력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사회적으로 정신적인 유대관계를 맺는 게 더 중요하다. 인권 향상을 위한 기여 등 정서적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이다.

예전에 ‘돈’만 이야기해서 ‘이코노미 애니멀’이라고 불렸던 일본인들도 지금 변하고 있다. 해외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제품과 서비스의 질이나 가격 경쟁력뿐만 아니라 정서적 교감이 필요하다. 고아나 장애인, 난민들을 돕는 것과 같은 선진국다운 행동을 해야 한다. 리더가 되려면 정신적인, 윤리적인 편견이 없어서야 한다. 개인은 물론 기업도, 국가도 마찬가지다.

△미국

유학 초기, 영어를 조금 한다고 생각했는데 강의실에 들어가니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듣지 못했다. 학교식당에서 접시를 닦고, 밤에 기숙사에 돌아가 책을 읽기 시작해 새벽 4시까지 공부했다. 아침 6시에 일어나면 베개가 코피로 젖어 있기 일쑤였다.

미국에선 열심히 일하면 어느 정도 생존할 수 있다. 한국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노력해도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지위를 갖지 못할 수도 있고, 좋은 회사에 들어가기도 힘든 것 같다. 그러나 난 미국에서 그런 면을 느낀 적은 없다. 잘 못해서 야단맞은 적은 있지만 한국 사람이라고 해서 차별받은 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