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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아처럼 안 되려면 직원의 말을 들어라"

[Review 2015 키플랫폼-연사인터뷰] 게오르그 비엘메테르 헤이그룹 총괄이사

이미영 | 2015.05.0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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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엘메테르 헤이그룹 유럽지역 총괄이사/ 사진=이미영 머니투데이 기자
세계 최대 휴대폰업체였던 핀란드의 노키아(Nokia)는 왜 몰락했을까? 세계적인 인사컨설팅업체 헤이 그룹(Hay Group)의 게오그르 비엘메터(Georg Vielmetter) 유럽 지역 총괄이사는 그 이유를 '리더'에서 찾았다.

노키아는 펄프에서 시작해 고무, 케이블을 거쳐 휴대폰으로 주력 사업을 바꿔온 보기드문 혁신기업이었다. 그러나 세계적인 휴대폰 업체로 우뚝 선 뒤 노키아의 경영진은 더 이상 직원들과 외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결국 노키아는 스마트폰 시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몰락의 길을 걸으며 마이크로소프트(MS)에 피인수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비엘메터 이사는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리더가 되기 위해선 끊임없이 외부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3~24일 머니투데이미디어 주최 글로벌 컨퍼런스 '2015 키플랫폼'에 참여한 그를 만나 '미래지향적 리더십'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비엘메터 이사와의 일문일답.

- 미래의 리더십이 갖춰야 할 요건은 무엇인가?
▶시장은 예측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빨리 변한다. 리더가 '예언자'처럼 모든 상황을 예측하고 한치의 오차도 없이 행동할 수는 없다. 시장 흐름의 경향성을 판단하고, 사내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이를 계속해서 '매칭'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리더는 가장 좋은 결정을 내려야 하고 냉철한 판단을 해야 한다. 훌륭한 자질을 가진 리더라도 외부 환경을 제대로 읽지 못했거나 독선적으로 결정한 경우 안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 좀 더 구체적인 예를 들어달라.
▶노키아를 한번 보자. 노키아는 정말 '변신의 대가'였던 기업이다. 고무 업체가 휴대폰 업체가 됐다. 그러나 어느 순간 노키아는 자만에 빠졌다.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게 됐다. 경영진이 직원들과 외부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번은 노키아 인도지사에 있던 한 직원이 인도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휴대폰에 심카드 투입구를 별도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경영진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노키아는 이 아이디어를 놓치면서 인도시장도 함께 놓쳤다. 리더가 개방된 자세로 올바른 결정을 하는 것이 회사의 명운을 결정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 한국 대기업들도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기업 경영이 가족에게 넘어가는 경우 매우 경계해야 한다. 기업이 급속도로 성장할 땐 리더의 판단과 감이 중요하다. 이럴 땐 1인 리더십에 기대게 된다. 그러다 어느 정도 기업이 성장한 뒤 기업은 새로운 방식의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거나 권한이 집중되면 좋은 성과를 못낸다. 자신의 권한은 분산시키고 개방적 의사결정 구조와 체계적인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경영권이 넘어갔을 때 이 과제를 풀지 못할 경우 기업은 위기를 맞게 될 확률이 크다. 리더가 홀로 '양손잡이'가 될 수 없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 부분과 부족한 부분을 끊임없이 직원들이나 외부로부터 찾아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