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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사고 후 사라진 기업, '거인'이 된 기업

[미리보는 2015 키플랫폼] 23일 총회 어떤 인물, 어떤 이야기들?

키플랫폼특별취재팀=김정주 이상배 조철희 | 2015.04.22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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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키플랫폼'에 참석하는 주요 해외연사들. 사진 왼쪽부터 비브 골드스타인 GE 부사장, 딘 시바라 SAP 부사장, 우르반 아린 스웨덴 의회 의장, 천더쥔 션통익스프레스 회장, 헬더 안투네스 시스코 디렉터, 리처드 대셔 스탠퍼드대 교수
1979년 3월28일 미국 펜실베니아주 쓰리마일섬(Three Mile Island) 원전 2호기에서 역대 최악의 방사능 유출사고가 발생했다. 주민 14만명이 즉시 대피했고, 쓰리마일섬은 유령섬이 됐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후폭풍은 상당했다. 미국의 원전 건설 계획이 전면 백지화됐다. 이후 30여년간 미국은 단 하나의 원전도 새로 짓지 않았다.

가장 큰 피해자는 당시 미국 최대 원전 건설업체였던 제너럴일렉트릭(GE)과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였다. 원전 부문에 매출의 상당부분을 의존하던 두 회사는 생사의 기로에 섰다. 그러나 이후 두 회사의 운명은 확연히 달랐다.

GE는 1981년 '경영의 귀재' 잭 웰치 회장의 등장과 함께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돌파구를 찾았다. 에너지, 첨단기술 등 기존 주력 사업과 관련된 기업들을 M&A하며 사업구조를 바꿨다. 잭 웰치 회장은 무자비한 구조조정으로 악명을 떨치기도 했지만 2001년까지 20년간 회사를 이끌며 GE를 세계 최대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반면 웨스팅하우스는 사고 이후 몰락의 길을 걸었다. 1980년대 중반부터 1997년까지 최고경영자(CEO)가 4차례나 바뀌는 혼란을 겪는 동안 일관성없는 M&A 전략을 펴며 지리멸렬했다. 급기야 1995년 기존 사업과 전혀 관련없는 방송사 CBS를 54억달러(6조원)에 인수하며 자금난에 봉착했다. 이후 계열사 매각으로 목숨을 이어가던 웨스팅하우스는 2006년 그룹의 모체 웨스팅하우스일렉트릭컴퍼니까지 일본 도시바에 넘기며 사실상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GE 혁신의 비법 '패스트웍스'

월스트리트저널이 1900년 선정한 미국 12개 초우량기업 가운데 현재 살아남은 기업은 GE 단 한곳 뿐이다. 창업자인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이 남긴 '혁신의 DNA'가 약 140년에 걸쳐 이어져 내려온 결과다. 에디슨은 '열흘마다 작은 발명, 6개월마다 큰 발명'을 목표로 삼았다. 끝없는 혁신에 대한 열망과 강력한 실행력은 GE 경쟁력의 '원천'이다.

GE를 세계 최대 기업의 지위에 올려놓은 잭 웰치 회장이 물러나고 후임 제프리 이멜트 회장이 부임한 뒤에도 GE의 혁신은 계속되고 있다. GE는 항공기 터빈, 발전용 엔진, 의료기기 등 산업부문에 집중하기 위해 잭 웰치 체제 이후 그룹 전체 이익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해온 GE캐피탈 등 금융부문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내부적으로는 2012년 이후 전사적 혁신프로그램 '패스트웍스'(FastWorks)를 가동하며 업무 프로세스를 통째로 바꾸고 있다. 패스트웍스는 대기업 조직에서도 벤처기업들처럼 의사결정 절차를 간소화해 신사업 실행 속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경영 기법이다. 독립적인 소규모 사업부를 꾸려 세계최초로 스텔기 전투기 개발에 성공한 록히드마틴의 '스컹크웍스'(Skunk Works) 모델을 참고했다.

'패스트웍스' 체제에서는 신사업 아이디어가 나오면 내부 검토에 시간을 보내는 대신 즉시 10명 안팎의 규모로 팀을 구성해 제품 개발부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수시로 고객의 피드백을 받아 반영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패스트웍스는 항공, 에너지, 조명, 운송 등 15개 이상의 주요 사업부에 적용되고 있다. 프로젝트로 따지면 400개가 넘는다.

이미 성과도 나왔다. GE는 패스트웍스를 통해 지난해 세계최고 효율의 대용량 가스터빈(7HA) 개발에 성공했다. 의사결정 절차가 줄면서 신제품 개발 기간이 약 2년 단축됐다. 패스트웍스의 확산을 위해 GE는 임원들에 대한 교육에 우선 집중했다. 신사업 추진 과정에서 임원들이 사사건건 간섭하려들기 시작하면 '패스트웍스'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GE는 지난해 2000~3000명의 경영진들을 상대로 '패스트웍스' 교육을 실시한 데 이어 올해는 3만명의 직원을 교육할 예정이다.

2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릴 머니투데이미디어 글로벌 콘퍼런스 '2015 키플랫폼(K.E.Y. PLATFORM)' 총회에서는 GE의 '패스트웍스'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비브 골드스타인 GE 혁신촉진사업 부사장이 직접 자신의 노하우와 통찰을 들려준다.

마이클 트램 헤이그룹 유럽대표의 사회로 진행될 키플랫폼 총회에서는 정미경 머니투데이방송(MTN) 보도본부장 겸 키플랫폼 총괄 디렉터와 채원배 머니투데이미디어 기획부장이 'Back to Zero: 담대한 실행'이라는 제목의 주제발표를 통해 기존 사업 강화와 신사업 탐색에 모두 능한 '양손잡이 기업'(Ambidextrous Enterprise) 모델에 대해 소개한다.

이에 대해 토마스 레만 주한 덴마크대사, 리처드 대셔 스탠포드대 교수, 게오르그 비엘메터 헤이그룹 유럽지역 디렉터, 페리 하 드래이퍼아테나 설립자가 패널로 나서 경륜에 우러러 나오는 코멘트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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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물류혁신의 첨병 '션통익스프레스'

총회 말미에는 중국 최대 민영택배회사 션통익스프레스(STO Express)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더쥔 천 회장의 중국의 기업가정신에 대한 특별강연이 예정돼 있다.

션통은 1993년 설립된 뒤 20여년만에 택배시장 점유율 17%의 '물류 거인'으로 성장했다. 중국 전역에 1370여개 지점과 1만여개 영업소 및 취급점, 약 20만명의 종업원을 거느리고 있다. 매년 1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그러나 션통이 처음부터 순탄하게 성장한 것은 아니다. 설립 초기 정부와 규제와 국영 택배회사의 견제로 2009년까지 법적 지위조차 인정받지 못한 채 불안한 위치에서 사업을 끌어가야 했다.

션통은 택배시장의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나 정보기술(IT)을 접목한 분야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우선 인터넷쇼핑 등 전자상거래 분야를 집중 공략하며 성장의 발판을 다졌다. 또 IT 시스템을 기반으로 배송능력을 강화하는데 주력했다. 중국 민영택배회사로는 최초로 IT 시스템을 도입했고 모바일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A/S(애프터서비스)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션통 E3 물류 소프트웨어 시스템 플랫폼'도 급성장을 가능케 한 동력이었다.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해 1억위안(약 170억원)을 투자해 △특급우편 △데이터통합 △무선이동통신 데이터통합전송 △무게측정 △항공업무관리 △차량운영관리 △소비자서비스관리 △전자상거래 주문접수 등의 시스템을 각각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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