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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비결은 '양손잡이 기업'···"판단말고 탐색하라"

[미리보는 '2015 키플랫폼'] 23일 총회 주제발표 어떤 내용?

키플랫폼특별취재팀=이상배 조철희 김정주 | 2015.04.21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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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합상사 원인터내셔널 영업3팀의 장그래 사원은 어느날 중국 서부에 폐타이어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정보를 들었다. 중국보다 앞선 우리나라의 폐타이어 처리 기술을 활용해 중국 서부에서 합작사업을 하게 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 섰다.

장그래는 즉각 김 대리와 상의했다. 김 대리도 장그래의 의견에 동의해 오 팀장에게 보고했다. 오 팀장은 천 과장까지 불러 팀회의를 열었다. 영업3팀은 장그래의 아이디어의 사업화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다음은 부장이다. 오 팀장은 보고서를 만들어 마 부장에게 가져갔다. 마 부장은 확신이 들지 않았다. 최 전무에게 우선 보고하자고 했다. 프레젠테이션 준비가 시작됐다. 팀 전체가 매달려 온갖 자료를 수집했다. 1주일 동안 밤샘 회의를 거듭하며 스토리를 짰다. 오 팀장은 배경 색깔과 글자체까지 꼼꼼히 챙겼다. 최 전무가 좋아하는 음료도 준비했다.

드디어 프레젠테이션. 결론은··· '보류'였다. 만약 사업을 추진했다면? 결과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확실한 게 있다. 지난 1주일 동안 영업3팀은 다른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는 것. 그 만큼의 '기회비용'을 영업3팀과 원인터내셔널은 치러야 했다. 사업에 성공했다면 얻을 수도 있었을 '잠재이익'도 함께 사라졌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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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 사업 '활용'과 신사업 '탐색'의 '양손잡이'

머니투데이미디어의 글로벌 컨퍼런스 '2015 키플랫폼(K.E.Y. PLATFORM)'을 준비한 특별취재팀이 지난 9개월 간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전세계를 돌며 50개 혁신기업들과 50명의 전문가들을 직접 찾아가 취재한 결과, 혁신에 성공한 기업들의 모습은 이와 달랐다.

제너럴일렉트릭(GE), SAP, 시만텍, 에머슨 등은 아이디어에 대한 '평가' 자체를 위한 내부 회의는 하지 않았다. 다만 '탐색'(Exploration)을 할 뿐이었다. 아이디어가 나오면 임원에게 보고하는 게 아니라 먼저 고객에게 타진했다. 고객의 반응에 따라 사업 추진 여부가 결정됐다. 고객과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사업이 구체화됐다. 초기 단계부터 임원에게 기획안을 승인받는 등의 일은 거의 없었다.

전통적으로 기업들은 신사업 개발을 추진할 때 '기획-실행-평가-조정'(PDCA: Plan-Do-Check-Adjust) 모델에 따라 4가지를 순차적으로 진행했다. 반면 혁신에 성공한 글로벌 기업들은 '탐색' 과정에서 기획, 실행, 평가, 조정을 동시에 수행했다. 일단 추진한 뒤 시장의 반응을 보며 계획을 바꿔간다는 점에서 '시행착오 기법'(Trial and Error Method)에 가깝다.

그러나 '탐색'에는 위험이 따른다. 신사업에 실패해 투자금을 날릴 수도 있고, 회사의 자원이 신사업에 몰리면서 기존 사업이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 이 같은 위험을 줄이려면 초기 투자비용을 최소화한다는 '린스타트업'(Lean Startup)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신사업 탐색 뿐 아니라 현재의 '현금창출원'(Cash Cow)인 주력 사업 관리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기존 사업에 대한 극대화된 '활용'과 신사업에 대한 끊임없는 '탐색'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2가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기업을 '양손잡이 기업'(Ambidextrous Enterprise)이라고 한다. 로버트 던컨(Robert B. Duncan)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교수가 1976년 처음 창안한 개념이다. '양손잡이' 전략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진 경영환경의 대안적 경영전략으로 최근 전세계적인 각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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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EO는 판단하지 말고 빠져라"

특별취재팀이 실사한 50대 글로벌 혁신기업은 대부분 '양손잡이 기업'에 해당했다. '양손잡이 기업'은 크게 6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째, '일체형'은 한 조직 내에서 기존 사업과 신사업 탐색이 동시에 이뤄진다. 조직의 유연성이 가장 높은 경우다. SAP, 시스코, 시만텍 등이 대표적이다.

둘째, '내장유닛형'은 기업내 별도의 유닛에서 신사업 탐색을 전담하되 본격 상업화 단계에서는 기존 사업과 통합되는 형태다. 이베이와 코닝, 기업솔루션업체 CA테크놀로지, 기능형펌프업체 그런포스 펌프 등이 해당된다.

셋째, '내부분리형'은 탐색부터 상업화까지 모든 단계를 기업내 별도의 유닛에서 전담한다. 제록스가 대표적이며 '스텔스' 전투기를 만든 록히드마틴의 극비 개발팀 '스컹크웍스'(Skunk Works)도 이에 가깝다.

넷째, '인수·합병(M&A)형'은 외부 기업을 M&A하는 방식으로 전체 사업구조를 바꿔간다. 잭 웰치 전 회장이 이끌던 시대의 GE나 네덜란드의 제약업체 DSM 등이 이런 사례다.

다섯째, '클러스터형'은 지역적 클러스터 내 기업들끼리 서로를 탐색해 필요할 경우 협력하는 형태다. 스웨덴의 '룰레아 네트워크', 덴마크의 '사운드 이노베이션 네트워크', 네덜란드의 '홀랜드 하이테크' 등이 대표적이다.

마지막으로 '생태계 의존형'은 탐색에 성공한 다른 혁신 기업에게 생산설비나 자본을 대주는 유형이다. 마이크로 제조업체인 드래곤 이노베이션, 크라우드펀딩업체인 킥스타터, 인디에고고 등이 이에 해당한다.

어떤 유형의 '양손잡이 기업'을 추구하든 성공을 위해서는 직원들이 자유롭게 '탐색'에 몰입할 수 있도록 최고경영자(CEO)의 '자제력'이 요구된다. '보수학'의 최고 권위자인 린다 힐(Linda A. Hill)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혁신적인 성과를 내는 '양손잡이 기업'이 되려면 CEO는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판단하려들지 말고 잠시 뒤로 빠지라"고 강조했다.

◇ '양손잡이 기업의 비밀, '2015 키플랫폼'서 공개

23∼2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릴 머니투데이 글로벌 컨퍼런스 '2015 키플랫폼'에서는 양손잡이 전략을 기업에 접목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비법들이 공개된다.

60여명의 국내외 연사들이 참여하는 '2015 키플랫폼'은 23일 개막총회와 4개 분과별 세션, 24일 실무형 쌍방향 워크숍 '플러그 인 앤 토크'(Plug in & Talk)로 진행된다.

23일 오전 개막총회에서는 지난해 최고의 인기 드라마였던 '미생'에서 원인터내셔널 영업3팀의 김동식 대리 역으로 열연했던 배우 김대명씨가 직접 나와 탐색 등을 위한 실행력을 잃어가는 한국 기업 내부의 모습을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이어 정미경 머니투데이방송(MTN) 보도본부장 겸 키플랫폼 총괄 디렉터와 채원배 머니투데이미디어 기획부장이 'Back to Zero: 담대한 실행'이라는 제목의 주제발표를 통해 '양손잡이' 전략을 통해 기업의 실행력을 되살리는 방법들을 들려준다.

또 대표적인 '양손잡이 기업' 가운데 하나인 글로벌기업 GE의 비브 골드스타인(Viv Goldstein) 혁신촉진사업부 부사장이 자신들이 끊임없이 탐색과 변신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을 직접 소개한다.

23일 오후 분과세션은 △금융산업 전략 확장 △아시안 클러스터링 △동아시아 협력을 통한 글로벌 게임 체인지 △스웨덴의 실용적 창조교육 등 4가지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24일 진행될 '플러그 인 앤 토크'에서는 '양손잡이 전략'에 따라 기존 사업 '활용'과 신사업 '탐색'을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이 논의된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혁신기법과 기업 유형별 혁신사례, 기업 생태계를 활용한 개방형 혁신 등에 대한 통찰력 넘치는 토론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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