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인공섬이 창조하는 첨단산업, 日고베 의료산업도시의 혁신

[2015 키플랫폼 'Back to Zero: 담대한 실행']클러스터 운영자들이 말하는 '기업-연구기관' 시너지

고베(일본)=조철희 | 2015.04.15 07:52

편집자주 |  기업의 숙명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내는 것이다. 불투명한 미래,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기업들은 '잘하는 것'에 집중하면서 성장했다. 그런데 이제 성공을 위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잘하는 것'에서 벗어나 '해야할 것'에 집중해야 한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찾느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탐색'(exploration)이 기존 사업의 '활용'(exploitation)만큼 중요해졌다. 조직 전체의 실행력도 이에 연계, 재정의돼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머니투데이 특별취재팀은 한국기업에 맞는 미래전략과 실행력을 재정의하기 위해 50명의 글로벌 석학들과 50곳의 글로벌 혁신 선도기업 혁신담당자, 인사담당자를 직접 만나 그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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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 클러스터가 자리잡은 '포트 아일랜드'
1995년 1월 17일. 일본 효고현 아와지 섬 북쪽에서 매그니튜드 7.3 강진이 일어났다. 당시 인구 약 150만명의 고베시가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경제적 손실이 무려106.9조엔으로 당시 고베의 GRP(지역내총생산) 규모에 달했다. 그로부터 20년 후인 2015년. 고베시가 1998년부터 구상을 시작해 주오(中央)구의 인공섬 ‘포트 아일랜드’에 조성한 ‘고베 의료산업도시’(Kobe Biomedical Innovation Cluster·KBIC, 이하 고베 클러스터)는 현재 300여 의료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이 모인 일본 최대의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로 성장했다.

머니투데이 글로벌 컨퍼런스 ‘2015 키플랫폼’ 특별취재팀은 고베 클러스터를 운영하고 있는 고베시와 첨단의료진흥재단의 담당자들을 고베 현지에서 만나 공공과 민간의 개방적 협업과 기업, 연구기관의 중개를 통한 시너지 등 혁신을 위한 클러스터 운영 성과에 대해 들어봤다. 오는 23~24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리는 '2015 키플랫폼'에선 오스기 타케시 첨단의료진흥재단 클러스터추진센터 전문역이 연사로 나서 개방적 협업에 대해 강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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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 클러스터 전경
- 고베 클러스터는 어떤 기능을 하고 있는가.
▶ 고베 클러스터엔 고도의 전문병원들과 의료 관련 기업·연구기관이 모여있다. 의약품, 의료기기, 재생의료기술 등의 치료기술, 진단·예방, 간호·복지 등과 관련해 기초연구에서부터 임상응용, 실용화·상품화·판로확대의 산업화까지 다루고 있다. 다수의 전문병원들이 모인 첨단의료 환경 등 300여 참여 기업·기관들에 최고의 입지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바이오메디컬 비즈니스를 위한 새로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있어 최적이다.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는 ‘클러스터 교류회’ 등을 통해 기업과 연구기관들이 최첨단 정보를 공유하며 연구와 사업을 연계하고 있다. 비즈니스 매칭의 장인 셈이다.

- 고베 클러스터는 누가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가.
▶ 고베시가 주축이다. 고베시 기획조정국이 운영을 맡고 있으며 고베시와 효고현 등이 출연한 첨단의료진흥재단(Foundation for Biomedical Research and Innovation·FBRI)도 클러스터의 핵심 조직이다. 첨단의료진흥재단은 의료기기, 의약품 등의 연구개발 및 임상연구지원, 재생의료 임상응용 등 클러스터 전체 R&D(연구개발)을 이끌고 있는 동시에 클러스터추진센터를 통해 클러스터 참여 연구기관의 연구 성과를 실용화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 고베 클러스터가 그동안 거둔 성과는 무엇인가.
▶ 대표적으로 재생의료 분야에서 혁신적 성과가 있었다. ‘iPS 세포’(인공다능성줄기세포)를 이용한 세계 최초의 임상 연구 등은 일본 내에서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고베 클러스터에 기초연구의 성과를 임상으로 응용하는 것을 중개하는 기능과 시설이 정비된 덕분에 이룬 성과다. 재생의료는 10년 연구 끝에 최근 상용화됐다. 고베를 중심으로 오사카나 교토에서까지 수십 곳의 기업·연구기관들이 모인 ‘고베 재생의료 공부회’를 설립하고 기업과 연구기관의 연대, 기업간의 연대를 추진하고 있다. 기업과 연구기관이 잘 연계해 사업에서 성공을 거두면 기업은 이익을 얻을 것이고, 의료산업 전체도 발전할 것이다. 나아가 매출이 발생하고 세수입이 늘어나 지역 경제도 살아날 것이다.

- 참여 기업·연구기관을 어떻게 매칭시키고, 상용화를 어떻게 코디네이팅 하는가.
▶ 기존엔 연구자들만 연구하고, 기업들은 연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상용화에 애를 먹었다. 그러나 클러스터추진센터의 중개를 통해 상용화에 대한 의식이 높아졌다. 일례로 매월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클러스터 교류회엔 100여명의 연구자들과 기업인들이 모여 자유롭게 아이디어와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특히 인공섬 포트 아일랜드 안에서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다. 의료 현장의 수요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의료종사자나 전문가들의 조언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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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 클러스터를 운영하고 있는 고베시와 첨단의료진흥재단의 담당자들 /사진=조철희 기자
- 이종산업과의 협업도 이뤄지는가.
▶ 의료와 관련이 없던 제조업체들이 클러스터추진센터를 통해 새로운 의료기기를 생산하는 업체로 거듭난 사례가 많다. 아직은 10여개 업체의 사례뿐이지만 의미 있는 일이다. 이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로 사업을 할 때 클러스터추진센터도 지원을 한다. 새롭게 의료 분야에 진출하는 제조업체들에 ‘고베에 오면 의료기기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 클러스터는 특히 작은 기업들이 새로운 탐색을 하는데 유리한데.
▶ 현재 클러스터 참여 기업 중 벤처기업 비율은 30% 정도다. 벤처기업이 참여하기 쉬운 여건을 만들고 있다. 출입을 자유롭게 했고 실험실이나 사무실도 언제든 제공하고 있다. 고베 클러스터 내에서 성장해 증시 상장에 성공한 벤처기업도 몇 곳 있다.

- 글로벌화를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는가.
▶ 글로벌화는 우리에게 중요한 과제다. 지금도 재생의료, 의료기기, 의약품 분야에서 미국, 아시아 등 해외 클러스터와 교류를 하고 있다. 아시아 의료산업의 허브, 재생의료 분야의 글로벌 허브가 되는 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