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실패한 직원 일으켜 세우는게 혁신 리더"

[2015 키플랫폼 키맨 인터뷰]라스 에네볼드센 그런포스 R&D 총괄책임·부사장이 말하는 혁신 비결

(버링브로)덴마크=특별취재팀 이미영 조철희 기자 | 2015.04.10 10:05

편집자주 |  기업의 숙명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내는 것이다. 불투명한 미래,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기업들은 '잘하는 것'에 집중하면서 성장했다. 그런데 이제 성공을 위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잘하는 것'에서 벗어나 '해야할 것'에 집중해야 한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찾느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탐색'(exploration)이 기존 사업의 '활용'(exploitation)만큼 중요해졌다. 조직 전체의 실행력도 이에 연계, 재정의돼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머니투데이 특별취재팀은 한국기업에 맞는 미래전략과 실행력을 재정의하기 위해 50명의 글로벌 석학들과 50곳의 글로벌 혁신 선도기업 혁신담당자, 인사담당자를 직접 만나 그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프로젝트는 실패해도 사람은 실패하지 않습니다. 회사는 직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직원들이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는 환경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고, 혁신 실행력도 끌어 올릴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펌프회사 Grundfos(그런포스)의 라스 에네볼드센 R&D(연구개발) 총괄책임·부사장은 확신에 찬 표정으로 성장 비결을 공개했다. 그런포스는 덴마크 수도 코벤하겐에서 차로 약 3시간 떨어져 있는 버링브로(Bjerringbro)시에 있다. 이 회사가 위치한 동네 이름은 폴 듀 얀센(Poul Due Jensens). 그런포스 창업주 이름을 땄다. 이 지역에서 그런포스의 위상을 보여주는 예다. 그런포스는 지난 70년 동안 여기서 성장하며 덴마크를 넘어 세계적인 펌프회사로 자리매김 했다.

그런포스는 연간 1600만대의 펌프를 생산한다. 특히 난방용이나 공조용 순환 펌프의 경우 전 세계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다. 1945년에 설립된 이 회사엔 전세계적으로 1만8000명이 일하고 있다. 에네볼드센 부사장은 그런포스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 '사람'을 중시하는 기업문화가 있다고 설명했다. 좋은 인재를 뽑고, 그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 직원들이 스스로 혁신 실행력을 끄집어내,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도록 회사는 판을 깔아줬다는 얘기다. 머니투데이는 덴마크 본사에서 에네볼드센 부사장을 만나 그런포스만의 지속가능한 '성장' 비결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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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 에네볼드센 그런포스 R&D 총괄책임·부사장/사진= 특별취재팀

- 그런포스가 어떻게 세계 1위 펌프회사 자리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 그런포스는 고객에게 가장 좋은 품질의 제품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 제품의 가격은 비싸지만, 내구성이 좋아 오래 쓸 수 있다. 전세계에서 이용되는 에너지의 10%가 펌프를 통해 발생한다. 최근엔 물을 끌어올리는 것 뿐만 아니라 난방에도 펌프가 활용되고 있다. 70년대 석유파동 이후 에너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그런포스도 이때부터 에너지 효율이 높은 펌프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사업을 하기보단 우리의 장점인 펌프 제조 기술력을 높이는데 주력했다. 그게 우리가 성장한 비결이다.

- 그렇다면 '신기술' 확보가 가장 중요할텐데,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 신기술 확보를 위해선 직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내야하고, 그것을 현실화 시켜야한다. 그런포스 R&D 부서가 중요한 이유다. 신기술 확보 방안은 크게 두가지 방법이 있다. 우리가 자체 시장조사와 기술력을 토대로 확실한 시장확보가 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경우 전담 팀을 꾸려 상품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럴 경우 기술개발을 전담하는 부서를 지정하고 직원들에게 명확하게 업무분담을 지시한다. 또 하나는 직원 개인의 아이디어를 현실화 하기 위해 비정기적으로 운영되는 경우다. 이 경우엔 자발적으로 사람들이 참여한다. 자신들이 역할을 나누고 연구에 들어간다. 정확한 결과를 예측할 수 없고 실패할 수도 있지만 이를 통해서 새로운 기술이 나온다.

- 직원들의 아이디어가 어떻게 프로젝트로 진행될 수 있나?
▶ 직원들은 회사에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낼 수 있다. 사례를 들면, 한 직원이 우리회사에 비치된 건의함에 태양광과 펌프를 이용한 새로운 난방 시스템을 만드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R&D 총괄인 내가 이것을 읽고 한번 해보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현실화하기 위해 조직을 꾸릴 수 있도록 했고, 자발적으로 사람들이 참여했다. 결국 이 아이디어는 그런포스의 새로운 혁신 제품이 됐고, 이들은 그에 상응하는 상을 받았다.

- 실패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 직원들에게 '성공'을 강요하면 안된다. 이들이 리스크를 기꺼이 감수할 수 있을 때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할 수 있다. 프로젝트가 실패하더라도 리더가 이들에게 책임을 물어선 안된다. 리더가 혁신을 원한다면 직원들이 스스로 일어서고, 자발적 노력을 할 수 있도록 직원을 믿어야 한다.

- 협업을 하려면 그만큼 긴밀한 의사소통을 해야 할 것 같다. 어떻게 진행하는가?
▶ 2013년부터 야머(Yammer)라는 소셜네트워크 의사소통 도구를 사용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직원들이 대화그룹을 만들고 의사소통을 진행할 수 있다. 처음엔 50명의 파일럿 그룹으로 시작했는데 3주만에 1500명을 참여하게 했고, 이제는 전사적으로 1만8000명의 직원이 이용하고 있다.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통해 직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기술개발 분야, 마케팅, 영업 등 부서 간 칸막이가 없어지다 보니 직원들이 시공간 제약을 받지 않고 함께 머리를 맞댈 수 있게 됐다.

- 임원들과 직원들간 소통도 중요할텐데?
▶ CEO(최고경영자)가 블로그를 활용해 의사소통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는 블로그를 통해 우리회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어떤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직원들과 공유한다. 직원들도 CEO의 블로그가 업무 방향을 설정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평가하고 있다.

- 직원들이 신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동기부여도 중요할 것 같다. 이것은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 직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하는 일이 어떻게 세상에 도움을 주고 있는가'를 명확하게 아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지 '가시화'해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선 보수와 처우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직원들의 의견이 회사의 변화에 반영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매년 전사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다. 거기서 발견된 직원들의 건의사항은 임원들의 KPI(핵심성과지표)가 된다. 임원들은 일년동안 자신에게 주어진 직원들의 건의사항을 해결해야만 좋은 평가를 받는다. 또 'Grundfos Talented Engine(그런포스 탤런티드 엔진)'이라고 해서 실력이 좋은 직원을 트레이닝 시켜주는 프로그램도 있다. 여기에 속한 직원들은 자신이 덴마크 최고 기업에서 일하는 최고 인재라고 생각한다. 이런 동기부여를 통해 직원들의 역량을 끌어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