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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투자 세계최고? 창의성 없는 죽은 교육"

[2015 키플랫폼 키맨 인터뷰]UC버클리대 하스경영대학원 혁신 석학 4명이 말하는 '개방형 혁신'

버클리(미국)= 특별취재팀 정진우 조철희 이미영 기자 | 2015.04.07 06:40

편집자주 |  기업의 숙명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내는 것이다. 불투명한 미래,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기업들은 '잘하는 것'에 집중하면서 성장했다. 그런데 이제 성공을 위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잘하는 것'에서 벗어나 '해야할 것'에 집중해야 한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찾느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탐색'(exploration)이 기존 사업의 '활용'(exploitation)만큼 중요해졌다. 조직 전체의 실행력도 이에 연계, 재정의돼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머니투데이 특별취재팀은 한국기업에 맞는 미래전략과 실행력을 재정의하기 위해 50명의 글로벌 석학들과 50곳의 글로벌 혁신 선도기업 혁신담당자, 인사담당자를 직접 만나 그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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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사라 베크만, 헨리 체스브로, 앨리스 아고지노, 레이몬드 마일스 UC버클리대 교수/사진= 특별취재팀
"더 이상 좇을 기업이 어디에 있나? 나를 열고, 세계로 나아가 민첩하게 연결하라. 그리고 이끌어라."


UC버클리대학교(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 하스경영대학원(Haas school of business)에서 '혁신'(Innovation)을 가르치고 있는 세계적인 석학들이 한국 기업에 던진 고언이다.

2003년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 개념을 처음 선보여 전 세계 경영학계의 주목을 받았던 헨리 체스브로(Henry Chesbrough)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장, 생산관리 시스템 분야 및 변화관리 분야 최고 혁신 전문가로 인정받는 사라 베크만(Sara Beckman) 교수, 산업엔지니어링과 디자인 분야 혁신의 최고 권위자 앨리스 아고지노(Alice Agogino) 교수, 글로벌 조직전략의 대가이자 전 하스경영대학원장을 역임한 레이몬드 마일스(Raymond Miles) 명예교수가 주인공들이다.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 특별취재팀은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 있는 UC버클리 하스경영대학원 교정에서 이들 석학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토론에 가까운 인터뷰를 진행했다. 하루 일정을 분초로 나눠 쓰고 있을 정도로 바쁜 이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건 힘들었다.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간 추진한 대형 프로젝트였다.

이들은 "한국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같은 글로벌 일류기업들이 있다"면서도 "지금처럼 불확실성의 시대에 초 일류 기업이라면 반드시 해야 할 적극적인 외부와의 지식교류, 이를 통한 탐색 등을 한국 기업은 상대적으로 안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상하고, 신기하게 여기던 차에 한 번도 연락 없었던 한국 미디어의 연락을 받고, 오히려 (조용한 이유를) 물어보려 모였다"고 토론형 인터뷰에 응한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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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사라 베크만, 헨리 체스브로, 앨리스 아고지노, 레이몬드 마일스 UC버클리대 교수

-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미래 시장은 어떻게 될까?
▶ (사라 베크만) 자율주행 자동차(self-driving cars)를 생각해 보자. 교통 법규부터 제조업, 보험업 등 많은 분야가 바뀔 것이다. 네트워크의 크기가 엄청나다. 사람들이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는지 파악해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 앱 스토어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앱 스토어 진화는 최근 20년동안 가장 혁신적인 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투자는 감소하는 추세다. 빅데이터, 3D 프린팅 등도 급성장하는 분야인데, 앞으로 대처가 중요하다. 이처럼 우리는 다양한 새로운 무언가에 직면할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이 빠르고,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 (레이몬드 마일스) 글로벌 기업들은 각기 다른 방향과 다른 연결을 통해 서로 다른 이슈를 찾고 있다. 기업들은 욕심이 많기 때문에 모든 것을 그들 자신이 하고 싶어 할 것이다. 당신이 느슨한 제도를 갖고 있다면 무엇인가 유출될 것이다. 이것은 사기업들의 안 좋은 점이다. 과학의 발전이 매우 빠르고 각기 다양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대부분 회사들은 그들의 시장과 기술에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상상할 수도 없다. 그래서 그들은 외부에서 최대한 그들 회사에 필요한 것들을 모으고 있다.

- 글로벌 혁신가가 되려면 뭐가 필요한가?
▶ (헨리 체스브로) 최고경영자를 예로 들겠다. 최고경영자가 글로벌 혁신가가 되려면 오너 가족과 연결을 끊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국기업들은 매우 강하게 연결됐다. 이러한 부분이 개방하는 문화를 막는다.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들은 이 부문에 있어 글로벌화가 됐다고 생각한다. GE역시 이런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사라 베크만) 특별한 의제가 필요하다. 지난 수십년 동안 몇몇 기업은 혁신 센터 등에 투자했지만 아이디어는 제자리에 머물렀고, 그들은 만족하지 못했다. 기업들은 데이터에 기반해 수용하는 문화가 없었다. 그리고 기술 요구와 시장의 요구에서 서로 불균형이 발생했다. 실리콘밸리는 멋지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넘쳐나지만, 고객중심적인 사고가 부족했다. 많은 기업들이 어떤 게임에서 무엇을 할지에 대해 준비해야 함에도 기술적인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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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사라 베크만, 헨리 체스브로, 앨리스 아고지노, 레이몬드 마일스 UC버클리대 교수

- 기업의 포지셔닝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 (헨리 체스브로) 최근 트렌드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였다. 현재는 개방형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이 분야에서 리더가 되고 싶어하지만, 충분히 민첩하지 않다. 삼성의 스마트 워치를 예를 들면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민첩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결과를 수용해야한다.

▶ (앨리스 아고지노) 기술 분야에 여성인력 활용을 늘려야 한다.

▶ (헨리 체스브로) 지금 필요한 것은 느리고 큰 리더보다 민첩하고 빠른 리더다. 적응력과 협업이 필요하고 '통제의 모델'(model of control) 보다 '영향의 모델'(model of influence)이 돼야 한다. 좀 더 개방적으로 협업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리고 패스트 리더십(Fast leadership)은 이러한 매커니즘을 통합할 수 있다.

- 한국기업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한국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헨리체스브로) 한국 기업들은 기술적인 한계에 부딪힌 것 같다. 누군가를 쫓아갈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이제는 다른 기업들이 한국 기업을 따라가려고 할 것이다. 그래서 개방적 혁신이 필요하다. 한국의 기업뿐만 아니라 한국의 교육도 개방해야 한다. 한국은 전세계에서 교육에 가장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고 들었다. 이런 이유로 빠르게 성장했을 것이다. 하지만 꽉막힌 교육은 창의적이지 못하고,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는 죽은 교육이다. 다양한 지식들이 개방됐을때 더욱 혁신적이면서 창의적인 게 나온다. 한 가지 지식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산업뿐만 아니라 교육과 문화에서도 개방이 필요하다.

- 삼성을 예로 들어보자. 얼마나 개방하고 준비해야 할까?
▶ (헨리 체스브로) 삼성의 하드웨어는 의심의 여지없이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소프트웨어에 대한 도전이 필요하다. 구글과 같은 회사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소프트웨어를 제3의 회사들과 폭넓게 연결했다. LG를 비롯한 다른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소프트웨어의 영향력은 휴대폰뿐만 아니라 다른 제품들에까지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삼성은 이 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또 삼성의 경우 경영진들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 다른 기업의 경우 심도 있게 소프트웨어에 대한 이해를 하고 그쪽 분야의 경력을 가진 경영자들이 있다. 그리고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대한 제3의 개발자에 대한 생태계도 키워야한다.

▶ (앨리스 아고지노) 스마트 싱스(Smart things)같은 회사가 잠재성이 크다. 많은 기업들이 사물인터넷(IOT)영역에 사업을 하고 있는데 사물인터넷 분야에선 센서와 저가의 원자재같은 하드웨어뿐 아니라 장치간 연결을 해주는 소프트웨어도 필요하다. 사물인터넷은 곧 운영하겠지만, 어떤 운영시스템을 사용할지는 발표하지 않았다. 경쟁이 치열한 이런 분야에서의 개방형 혁신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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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형 혁신 도식표


☞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이란?= 2003년 헨리 체스브로 미국 UC버클리대 하스경영대학원 교수가 처음 주창했다. 이론의 출발점은 '복잡하고 변화가 빠른 시대에 혁신 아이디어나 지식은 한 조직 내에 모여 있기 보다 여러 조직이나 개인에 고루 분산돼 있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외부 여러 조직이나 개인에 접속하기 위해 기업 내부의 아디이어나 지식, 기술을 외부에 개방하는 게 골자다. 또 외부의 기술 등을 얻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핵심이다.

이 이론이 나오기 전에도 기업들은 R&D(연구개발)협력, 조인트벤처 등을 통해 외부와 협력을 시도해 왔다. 그럼에도 굳이 새로운 ‘이론화’를 시도한 것은 ‘기업의 벽을 허물어서라도 미래를 위한 탐색을 강화’라는 메시지 때문이다. 과거의 개방적 협업은 협업의 목적과 활동이 다소 단기적이고, 협업의 범위도 좁았다. ‘개방적 혁신’은 ‘혁신’이라는 기업의 전사 체질개선의 시도 자체를 ‘외부’와 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상적이고, 추상적인면 때문에 아직도 구체적인 실행방법이나 프로세스에 있어 많은 논의와 실험이 필요하다. 하지만 IBM, P&G 등 미국 글로벌 기업뿐 아니라, 네덜란드, 스웨덴, 덴마크 등 유럽 선진국 중소중견 기업이 클러스터를 통해 활발히 실천하고 있고, 성과도 내고 있다. 특히 개방형 혁신은 조직 내부의 ‘혁신 실험’ 역량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았거나, 조직이 지나치게 경직돼 있는 기업의 미래형 먹거리 탐색에 적합한 철학이다.

다만 이를 달성하려면 ‘과거의 성공을 잊어버리고 항상 도전하려는 자세를 가질 것’, ‘외부에 문호를 열어도 내 것처럼 개발할 수 있도록 비전과 전략을 조직원들이 잘 공유하고 있을 것’ 등 쉽지 않은 조직 변화 과제가 전제돼야한다. 이것이 개방적 혁신의 메카, UC 버클리 오픈이노베이션 센터 교수진들의 공통된 목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