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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슨이 만든 GE가 140년만에 벤처기업이 됐다고?

[2015 키플랫폼 키맨 인터뷰]비비안 골드스타인 GE 부사장이 말하는 혁신 비결

뉴욕(미국)= 특별취재팀 정진우 조철희 이미영 기자 | 2015.03.31 06:40

편집자주 |  기업의 숙명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내는 것이다. 불투명한 미래,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기업들은 '잘하는 것'에 집중하면서 성장했다. 그런데 이제 성공을 위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잘하는 것'에서 벗어나 '해야할 것'에 집중해야 한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찾느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탐색'(exploration)이 기존 사업의 '활용'(exploitation)만큼 중요해졌다. 조직 전체의 실행력도 이에 연계, 재정의돼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머니투데이 특별취재팀은 한국기업에 맞는 미래전략과 실행력을 재정의하기 위해 50명의 글로벌 석학들과 50곳의 글로벌 혁신 선도기업 혁신담당자, 인사담당자를 직접 만나 그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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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1486억달러(164조원, 2014년 기준). 170여개 나라에 진출해 발전과 항공, 헬스케어, 조명, 운송, 캐피탈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 전 세계 임직원 수 30만5000명.


이런 대기업이 '스타트업'(start-up) 기업을 능가하는 빠른 의사결정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실제 이런 회사가 미국에 있다. 신생 벤처기업처럼 신규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성과로 만들어내는 글로벌 기업. 발명왕 에디슨이 1878년 미국 뉴저지 멘로파크에 만든 실험실에서 태동한 '제너럴일렉트릭(GE)' 얘기다.

전 세계에 전기 혁명을 일으키며 글로벌 혁신 기업으로 우뚝 선 GE는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이 1900년에 선정한 미국 12개 초우량기업 중 지금까지 유일하게 생존한 기업이다. 지난 137년동안 혁신의 혁신을 거듭한 결과다. GE가 또 한번 혁신 실험을 하고 있다. 제프 이멜트 회장이 3년전 도입한 패스트웍스(FastWorks)를 통해서다.

패스트웍스는 GE의 전사 혁신 프로그램으로 신생 벤처기업처럼 의사결정 절차를 최소화해 신제품 개발 속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업무 방식을 말한다. 패스트웍스엔 답을 미리 정해놓는 '가정'(hypothesis)이란 게 없다. 시작할때부터 "정답은 없다"고 외치며 사업을 추진한다. 패스트웍스는 초기 단계부터 소비자들을 참여시키는 등 협업을 중시한다. GE는 패스트웍스를 혁신의 도구(tool)이자, 원칙이며, 새로운 고객 중심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머니투데이 특별취재팀이 GE의 패스트웍스를 이끌고 있는 비비안 골드스타인 GE 이노베이션 액셀러레이션(Global Innovation Acceleration) 부사장을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GE빌딩에서 만나 혁신 비결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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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 골드스타인 GE 부사장/사진= 특별취재팀
- 삼성이나 현대·기아차 등 한국 기업들에게 '창조'와 '혁신'은 당면 과제다. GE는 어떤가?
▶ GE 역시 새로운 혁신을 배우고 있다. GE와 같이 큰 기업들은 반드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기업간 경쟁은 사업환경을 바꾸고, 소비자들의 정보력도 점점 더 강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기술혁신이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최근 제조업은 해당 산업의 변화를 곧바로 반영해야한다. 전 세계에서 30만5000명이 일하고 있는 GE도 이를 피해갈 순 없다.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은 2년전 "기존 경쟁구도가 무너지고,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이 일어나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에 대한 반응 속도를 높이는 것으로 혁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고민을 거듭한 결과 패스트웍스(FastWorks)가 탄생됐다.

- 패스트웍스의 목표는?
▶ 패스트웍스는 GE의 기업가 정신을 증진시키고 더욱 고객 중심적인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 설계된 행동방식의 집합체다. 신규 사업 아이디어가 나왔을때 10명 안팎의 규모로 팀이 빨리 짜여지고, 고객을 중심으로 성과를 내는 패스트웍스는 직원들이 고객에게 집중할 수 있게 한다. 또 업무를 신속하고 단순한 방식으로 진행해 효율을 높인다.

- 패스트웍스를 가장 먼저 도입한 사업분야는 어디인가?
▶ 발전과 물처리, 운송 사업부문에 먼저 도입했다. 이후 다른 사업으로 확장했다. 처음 1년 동안 20~30개의 적용분야를 찾았다. 시간 단축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곳을 찾았고 적용했다.

- 성과와 교훈은 무엇인가?
▶ 20~30개의 프로젝트에 적용하면서 패스트웍스를 회사 전반에 확장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신제품 개발을 위한 재원 확보 방법을 재고할 필요성도 깨달았다. 재원확보를 위해 사내 성장위원회(Growth Board) 혹은 사내 혁신투자위원회(VC Boards)등의 투자의사결정 위원회를 활용했는데,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원을 최적으로 투입하는 고유한 방법들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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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 골드스타인 GE 부사장/사진= 특별취재팀
- 조직구조가 바뀌었나?
▶ 구조가 바뀌었다기 보다, 운영 원칙이 변했다. GE가 지녔던 가치(GE Values)를 GE 직원들이 믿고 지켜야 할 신념이자 행동강령인 ‘GE의 믿음(GE Beliefs)’으로 업그레이드 했다. 아직 이상적인 모습에 도달한 것은 아닐지라도, 빠르게 움직이는 직원들의 행동 변화는 직원 보상과 평가 기준을 변화시키는 데 기여했다. 즉 고객들을 가장 중요한 위치에 놓고, 가치 없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다. 직원들이 이를 통해 관료적 사고를 줄이고, 더 빨리 그리고 더 스마트하게 대응하고 있다.

- 패스트웍스는 상향식 접근방식(Bottom Up Approach)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어떻게 전사에 전파하고 있는가?
▶ 최고 경영진은 패스트웍스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며 권한을 위임한다. 직원들 역시 이에 적응하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사실 전사 혁신을 위한 리더십의 지원은 아주 중요하다. 리더의 전폭적 지원이 벽을 없애고,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기 때문이다. 2013년에 패스트웍스 프로세스에 기반한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2014년에 선임격 리더들을 모아서 교육에 집중했다. 2015년엔 좀 더 큰 범위의 조직 차원에서 변화를 기획하고 있다. 그 결과 2013년엔 20~30개의 프로젝트들을 수행했고, 2014년엔 400개의 프로젝트들과 1만~2만명의 사람들이 이를 경험케 했다. 올해엔 15만명 이상의 직원들이 일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패스트웍스를 활용할 계획이다.

- 패스트웍스 수행과 확산을 위해 어떤 방법으로 직원을 교육하는가?
▶ 가장 좋은 교육은 거창한 혁신 활동이 아니더라도 적용하는 것이다. 일상의 모든 업무에 적용하고자 애쓴다. 또한 교육 대상을 리더에서부터 출발한 것이 특징이다. 우선 2013년에 GE의 상위 500명의 리더들을 대상으로 수행방법을 공유하는 교육을 시작했다. 이들을 먼저 교육한 이유는 그들의 영향력 때문이다. 임직원부터 교육하고 이를 현업에서 적용하려 할 때, 리더들이 거절한다면 임직원에게 공평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4년엔 2000~3000명의 경영자 레벨들의 직원들을 교육했는데, 올해는 3만명의 직원들을 교육시킬 예정이다.

- 패스트웍스의 한 팀 인원 구성은 어떻게 되나?
▶ 일단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공동창업자그룹'(Co-Founders)이라고 부르는 프로젝트 리더인 정규 직원 한 두 명에, 본인 업무 영역을 넘나드는 '공동 운영팀'(cross functional team) 6~8명이 함께 움직인다. 중요한 것은 이 프로젝트 팀들이 일련의 연습을 통해 가장 먼저 물어보는 질문을 “할 수 있을까?”가 아닌 “해야만 하는가?”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이 아닌 소비자 성향에 맞출 수 있기 위해서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인가를 찾는 것이다.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동시에 GE도 만족시키는 것이 우리의 핵심 능력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공동운영팀이 아주 중요하다.

☞GE의 패스트웍스(FastWorks)란...= 패스트웍스는 조직원들이 기업가 정신을 갖고, 스타트업 기업에서 일하는 것처럼 민첩하게 움직이도록 만든 업무 프로세스다. GE가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 잡은 '간소화'(Simplification)를 실현하기 위해 2012년 도입했다.

패스트웍스의 핵심 요소는 절차의 간소화와 고객과의 지속적인 소통이다. 제품 개발 진행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고객 피드백을 받고 이를 제품 개발과 모든 과정에 수시로 반영하는 것. 고객 만족도와 성공 가능성을 함께 높이는 게 패스트웍스의 목표다. 기존 '식스시그마'가 품질혁신과 고객만족을 위한 경영 기법이었다면, 패스트웍스는 제품의 안전과 품질을 유지하면서 절차를 간소화해 NPI(New Product Introduction, 신제품 도입)의 속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혁신적 경영 기법이다.

현재 패스트웍스는 항공과 조명, 오일&가스, 운송을 포함한 15개 이상의 주요 사업부의 400개 이상의 프로젝트에 적용되고 있다. 300명이 넘는 패스트웍스 마스터들이 상주하며, GE임직원을 대상으로 코칭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 GE는 패스트웍스를 통해 세계 최고효율의 대용량 가스터빈(7HA)을 지난해 개발했다. 개발과정에서 패스트웍스를 통해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단축, 신제품개발 사이클을 2년 단축했다. GE는 하드웨어 엔지니어들이 소프웨어 엔지니어처럼 유연하게 제품을 개발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아울러 제품 개발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고객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고객 니즈를 충족시켰다.

GE 고위관계자는 "패스트웍스는 궁극적으로 보다 빠른 시장진입과 긴밀한 고객관계 구축이 목적이다"며 "패스트웍스를 통해 보다 빠른 기간 내에, 훨씬 낮은 개발 비용으로 고객들이 만족하는 우수한 제품을 시장에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