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당뇨병치료제 하나로 전세계 평정한 덴마크 혁신기업 어디?

[2015 키플랫폼 'Back to Zero: 담대한 실행']]피터 커르트잘스 노보노디스 글로벌리서치 부사장이 말하는 혁신 비결

코펜하겐(덴마크)=이미영 | 2015.04.13 06:45

편집자주 |  기업의 숙명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내는 것이다. 불투명한 미래,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기업들은 '잘하는 것'에 집중하면서 성장했다. 그런데 이제 성공을 위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잘하는 것'에서 벗어나 '해야할 것'에 집중해야 한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찾느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탐색'(exploration)이 기존 사업의 '활용'(exploitation)만큼 중요해졌다. 조직 전체의 실행력도 이에 연계, 재정의돼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머니투데이 특별취재팀은 한국기업에 맞는 미래전략과 실행력을 재정의하기 위해 50명의 글로벌 석학들과 50곳의 글로벌 혁신 선도기업 혁신담당자, 인사담당자를 직접 만나 그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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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커르트잘스 노보노디스크 글로벌리서치 부사장/ 사진=조철희 머니투데이 기자


"정부에서 수준급 연구원들을 계속해서 육성해야하고, 이들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대학 교수에게서나 들을 법한 얘기를 격앙된 목소리로 꺼낸 건 피터 커르트잘스(Peter Kurtzhals) 노보노디스크(Novonordisk) 글로벌리서치 부사장이다. 그는 기업의 혁신과 성장을 위해선 무엇보다 제대로 된 인재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보노디스크가 덴마크를 넘어 세계 바이오산업을 이끌고 나가고 있는 비결이기도 했다.

노보노디스크는 당뇨병 치료제를 생산하는 생물제약(biopharma)회사로 잘 알려져있다. 이 회사의 당뇨병 치료제인 인슐린 개발 기술은 독보적이다. 2025년까지 전세계적으로 당뇨환자가 5억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미국 기업 잡지인 포츈지는 2015년 '혁신이 가장 기대되는 기업'에 선정하기도 했다. 덴마크 내에서 노보노디스크는 말이 필요 없는 회사다. 2013년 기준 360억DKK(덴마크 크로네, 약 5조6000억원) 수출을 기록했고, 42억DKK(약 6523억원)의 세금을 냈다. 이는 덴마크의 모든 기업 낸 것의 5%에 버금가는 규모다.

노보노디스크는 코펜하겐에서 차로 30여분 떨어진 묄레브(molev)에 위치했다. 대규모 단지를 형성하고 있는 이곳은 노보노디스크의 3000여명이 연구진과 행정팀이 일을 하고 있는 곳이다. 전세계적으로은 미국 시애틀과 중국 베이징 연구소를 포함해 6000여명이다. 4층짜리 낮은 건물들이 수평으로 펼쳐져 탁 트인 모습이었다. 내부엔 각 층마다 투명한 유리의 사무실과 회의실이 거의 동일한 수로 배치됐다. 소수의 사람들이 이곳에서 머리를 맞대고 저마다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머니투데이 특별취재팀은 노보노디스크가 70여년이 넘어도 여전히 '혁신'하는 기업으로 평가받는 비결을 들어봤다.

- 70여년이 넘은 회사인데, 여전히 혁신하는 기업으로 불린다.
▶ 당뇨병에 걸리면 그것을 치유하기 위해 평생 호르몬제가 필요하다. 완치되는 병이 아니다. 우리 회사의 목표는 당뇨병 환자들이 정상적인 사람과 같이 살 수 있도록 해주는 보조치료제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당뇨병과 관련한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해야 한다. 우리 회사는 10년마다 새로운 발명을 한다. 그것이 치료 기술이든, 약의 편의성이든 진보한 기술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가 개발한 것 중에 하나가 인슐린 주사를 펜처럼 만들어서 바늘만 껴서 사용을 편리하게 돕는 것인데, 80년대 개발된 이 기술은 세계적으로 여전히 인기가 높다.

- 노보노디스크만의 혁신의 비결은 무엇인가?
▶ 노보노디스크는 우리만의 당뇨병 치료제 '기술'로 유명하다. 이 기술은 회사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여기서 오래 일하는 것이다. 그들이 젊었을때 와서 수년동안 자기의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특화된 기술 쪽에서 전문가가 되도록 한다. 개인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이유다. 나는 그래서 한 분야에 오랫동안 있는 것이 더 좋다고 보는 편이다. 우리 회사는 근속연수가 10~11년 정도 된다.

- 회사라기보다, 비영리 연구소 느낌이 강하게 느껴진다.
▶ 꼭 그렇지 않다. 이건 혁신 기업들의 공통적인 현상이라고 본다. 5년 전에 노보노디스크가 '올해의 발명'부문 '유럽피안 프라이즈'에 후보였다. 각 분야의 산업을 발전하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 기업을 선정한 것이었는데, 첫번째가 아우디에서 선보인 차 관련 기술, 두번째가 에어버스에서 발명한 항공기 엔진이었다. 세번째가 노보노디스크의 인슐린 기술이었다. 여기 온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을 때 공통적으로 느낀 것이 있다. 발명가들은 그들의 야심찬 아이디어로 시작한다. 그리고 수년간 그것을 현실화 하려고 노력한다. 아우디 경우도 동료 엔지니어들을 말렸는데, 이게 될 거라는 믿음으로 했다는 거다. 영화 '블레이드러너'처럼 말이다. 우리의 혁신도 마찬가지다. 야심을 갖고 인슐린을 주사가 아니라 알약으로 만들겠다 이렇게 생각하면 그걸 가지고 10년동안 노력하는 것이다. 그럼 반드시 성공한다. 혁신은 '새로운' 사람의 새 아이디어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사람이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일을 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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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커르트잘스 노보노디스크 글로벌리서치 부사장/ 사진=조철희 머니투데이 기자


-노보노디스크 하나의 기업만으로 덴마크는 물론 전세계의 당뇨 치료 기술을 선도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 노보노디스크의 가장 큰 장점이 우리를 중심으로 형성된 '클러스터'다. 덴마크 생물약제학 기업 83개가 우리를 중심으로 클러스터를 형성한다. 이 클러스터는 서로 경쟁하는 관계이기 보다는 서로의 기술과 지식을 공유하고 그것을 통해 시너지를 내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2만개의 일자리가 생겨났고, 매해 100억DKK(1조5500억원)의 투자가 발생한다. 하나의 생태계로 움직이는 것이다. 다양한 연구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면서 그때 그때 필요한 인력을 수급하거나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덴마크가 국가 R&D(연구개발)의 20%를 생물약제학에 쓸 수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을 훨씬 웃돈다.

- 대부분 전문인력이다 보니 대학생들에겐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것 같다.
▶ 그렇지 않다. 덴마크는 전통적으로 약학과 의학에 강하다. 이런 훌륭한 인재가 국내에 있기 때문에 우리도 이들로부터 수혜를 받고 기업을 키워나갈 수 있었다. 2012년 노보노디스크 통계를 보니 우리 연구진 중 2/3가 덴마크 학교 연구진들과 함께 협업했다. 이들과의 관계는 상호호혜적이다. 이들로부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우리는 그들에게 숙련된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다. 이들 중 상당수가 노보노디스크에서 일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 기초과학이나 생명공학 연구진들에 대한 투자가 예전만 못해 걱정이다. 더 좋은 인재가 나타나 앞으로 노보노디스크 혁신을 이끌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비교적 약화되고 있다. 보다 더 많은 국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노보노디스크가 미국과 중국에도 연구소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아무래도 전문인력을 바탕으로 하다보니 해외협업은 좀 더 어려울 것 같다.
▶ 서로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시스템적으로 마련했다. 예를들어 시애틀 연구소에서 인슐린 치료제를 개발할 때 없는 기술이 있다. 이 기술은 코펜하겐 연구소나 베이징 연구소에서 얻어야 한다. 베이징, 코펜하겐 연구소도 마찬가지다. 서로의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만들어 협업하고, 이를 통해 서로의 기술과 노하우를 공유한다.

- 노보노디스크가 다른 제약회사와 달리 가장 차별된 점이 무엇인 것 같나?
▶ 한 곳에 대한 '집중'이다. 여타 글로벌 제약업체들에게 '당신들은 무엇을 잘하십니까'라고 묻는다면, 그들은 답변을 망설일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바로 당뇨병 치료다. 우리슨 반세기 넘게 여기에 집중했다. 우리는 궁극적으로 당뇨병을 '완치'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우리의 혁신이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자신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