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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 있던 명문대 학생들 시장으로 쫓겨난 이유

[2015 키플랫폼 키맨 인터뷰]플레밍 코뵈레 핑크 아후스大 창업혁신센터 총괄 이사가 말하는 혁신 비결

아후스(덴마크)=특별취재팀 이미영 조철희 기자 | 2015.04.06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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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밍 코베뢰 핑크 아후스 창업혁신센터 총괄이사/ 사진=조철희 머니투데이 기자
"창업을 하는 사람의 '유전자'가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창업은 학습을 통해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자신이 배운 지식을 어떻게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지, 어떤 방법으로 자신만의 사업을 직접 시도할 수 있는 지 가르칩니다. 학생들의 철저한 사전준비와 자심감을 바탕으로 실행력을 강화시켜 창업을 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 3시간 정도 떨어진 아후스대학교(Aarhus University)의 플레밍 코뵈레 핑크(Flemming Kobberøe Fink) 창업혁신센터 총괄이사의 말이다. 아후스대학교는 세계 50위권 안에 드는 명문 대학교다. 1928년 설립된 아후스대학교는 덴마크에서 가장 큰 대학교로 공부하는 학생만 약 4만명이 넘는다. 아후스 전체가 대학교와 학생들로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2010년 노벨경제학상을 포함 노벨상 수상자를 2명이나 배출했다. 주로 경제학과 의학 분야에서 명성을 날린다.

최근 아후스대는 '이과 명문'과 더불어 '창업사관학교'로도 유명해졌다. 2009년에 문을 연 창업혁신센터는 전공에 상관없이 창업에 관심있는 학생들에게 '체계적'으로 창업 준비를 돕는다. 창업혁신센터가 제공하는 6주동안의 창업혁신 강의를 거쳐간 학생만도 수백명이다. 창업혁신센터 교수는 총 13명. 웬만한 대학교 학과 수준의 규모다. 아후스 대학교에서 창업에 대한 남다른 '무게중심'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창업은 5년 전까지만 해도 비교적 취업이 용이한 덴마크 학생들에게 생소한 분야였다. 센터가 설립 당시 교수들은 혁신센터 홍보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5년이 지난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학생들은 창업을 꿈꾸게 됐고, 창업하기 위한 방법을 알기위해 스스로 찾아오기 시작했다. 현재는 학생들이 이 프로그램 교육을 받기 위해 대기자로 등록할 정도로 인기다. 최근엔 창업혁신센터를 거친 학생이 80여명 규모의 글로벌 스타트업 기업을 키워 화제가 되기도 했다.

머니투데이 특별취재팀은 플레밍 코베뢰 핑크 아후스대 창업혁신센터 총괄이사를 만나 교육기관이 대학생 창업가들의 혁신 실행력을 어떻게 키울 수 있는지 들어봤다.

- 아후스 대학교의 창업혁신센터는 어떠한 형식으로 이뤄지나?
▶ 창업혁신센터가 하는 일은 크게 3가지다. 하나는 대학교 학생들에게 창업을 어떻게 하는 지 교육한다. 두번째는 학생들이 만든 스타트업을 육성(incubating)하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와 학생들이 원하는 직장을 찾아 연결해 주는 일이다.

- 창업혁신센터에서는 어떻게 교육을 진행하나?
▶ 창업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면 누구나 창업혁신센터에 올 수 있다. 백지상태인 이들에게 창업이 무엇인지부터 가르친다. 그 다음 자신의 전공과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한 브레인스토밍에 들어간다. 이렇게 자신의 역량을 바탕으로 새로운 창업 아이템을 찾고, 그것을 현실화 할 수 있는 단계를 체계적으로 가르친다. 학생들이 창업에 겁을 먹지 않고, 스스로 창업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준다.

-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들이 단기간 내에 창업을 준비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출 수 있을까?
▶ 학생들이 혁신센터에 들어오면 거쳐야 하는 단계가 있다. 우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선 자신에 대한 탐구가 필요하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네트워크와 자원을 활용할 지 등을 구체화 하는 작업을 시작한다. 이후 구체화 된 서비스나 제품이 고객에게 필요한 것인지 알아본다. 스타트업은 아이디어로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구체적인 고객과 시장을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학생들의 시도를 돕는가?
▶ 우리가 취하는 방식은 '린스타트업'이다. 소규모로 시장에 테스트 해보고 그 반응을 바탕으로 재시도를 하거나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다. 이를테면 두 여학생이 칼로리와 영양성분을 바탕으로 패스트푸드를 인터넷을 주문하게끔 하는 아이디어를 낸 적이 있다. 고객과 시장을 책상에서만 앉아서 분석하길래, 바로 시장으로 내쫓았다. 맨처음엔 두려워했지만 시장에서 레스토랑 사장들을 실제로 만나고 고객들에게 제품을 설명한 결과 이 학생들은 인터넷으로 첫 주문을 받아내게 됐다.

- 그 과정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도록, 이들을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워크샵을 해서 아이디어가 나오면 바로 비즈니스 플랜을 세운다. 그 다음 사업을 현실화 할 수 있는 마일스톤을 세운다. 이 작업을 3주마다 진행하는데 이에 제대로 실행하지 못할 경우 혁신센터를 나가야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우리가 초점을 맞추는 것은 회사를 세우는 것이 아니다. 개인이 창업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게 하고, 그것을 행동에 옮기게끔 도와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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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밍 코베뢰 핑크 아후스대학교 창업혁신센터 총괄이사/ 사진=조철희 머니투데이 기자
- 학생들과 기업들은 어떻게 직접 연결해 주는지?
▶ 우리가 주력하고 있는 부분이다.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중소기업들과 대학교 연구진들을 연결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중소기업들이 더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이나 지식을 찾아낸다. 그리고 필요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기술이나 연구를 하고 있는 학생들과 연결해준다. 현재까지 35개 기업을 대상으로 이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7개 기업은 해외 연구진들과 연결됐다. 또 하나는 기업과 학생을 매칭하는 프로그램이다. 우리에게 의뢰가 들어오는 기업들을 인터뷰해서 그들이 원하는 고용 조건을 알아낸 뒤 이 조건에 맞는 학생들을 연결해준다. 물론 학생들도 사전에 인터뷰해 그들의 역량과 원하는 직장 조건도 알아본다. 우리가 직접 일일이 기업과 학생을 인터뷰하는 것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들지만,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서로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를 주기 어렵다.

- 아후스 대학교 외에도 덴마크 대학교에서 창업을 장려하고 있는지?
▶ 창업이 덴마크에서 화두가 된 것은 2009년부터다. 전국에 있는 덴마크 대학교들이 학생들의 창업을 지원할 방법을 생각했다. 어떤 학교는 비즈니스 캠프와 같이 행사에 초점을 맞추기도 하고 우리와 같이 창업교육 프로그램을 하는 경우도 있다. 대학교끼리 창업 아이디어 경진대회도 연다. '벤처컵(Venture Cup)'이라는 대회인데, 각 대학들이 자금을 마련하고 학생들은 자신들의 창업아이디어로 경쟁한다. 1등에게는 35만 덴마크 크로나(약5500만원)가 상금으로 돌아간다.

-덴마크의 대학교 창업 교육이 전세계적으로 유명한데, 창업을 장려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 창업을 많이 장려하는 것은 그만큼 고용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건 어쩌면 세계적인 추세다. 대기업이 흔들리면 대량 해고사태가 발생하고, 수습하기가 어렵다. 대학교가 상아탑이 돼서 연구만 할 것이 아니라 졸업생들이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어떻게 도울지 고민했다. 그래서 인류학, 물리학과 같이 경영과 다른 학문을 공부하더라도 자신들의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 방안으로 창업을 생각한 것이다.

- 대학이 너무 실용적인 쪽으로 흘러간다는 반대의 목소리는 없었나?
▶ 오히려 반대다. 창업을 교육받는 활동을 통해서 보다 학문에 대한 개방적 자세를 갖게 된다. 자신이 왜 공부를 해야 하고, 그 공부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 지 구체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학업 중단을 고민하던 친구들이 창업교육을 받고 다시 학업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생겼다.
또한 요즘에는 각 학문마다 실무적인 생각을 심어줄 수 있는 교육을 강조한다. 교수들도 학생들이 현실에서 동떨어진 것이 아닌, 현실과 접목한 내용을 가르치는 교수법도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