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쓸모없는 아이디어라도 5000원 주는 회사

[2015 키플랫폼 키맨 인터뷰] 이토 야스히로 이토정밀제작소 사장 인터뷰

기후현(일본)=특별취재팀 | 2015.03.26 07:30

image
일본 기후현에서 60년 가까이 자동차, 전자기기 등에 사용되는 정밀부품을 생산해 온 이토정밀제작소는 회사 내에서 제안되는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매달 100~120건에 이른다. 직원 수가 약 120명으로 직원 한 명 당 한 달에 한가지씩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셈이다. 그리고 회사는 쓸모가 없는 아이디어라도 무조건 한국 돈 5000원 정도를 주는 이벤트를 통해 직원들을 격려한다.

매출 200억 원 규모의 중소기업지만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실험과 혁신을 멈추지 않았던 덕분에 이토정밀제작소는 세계 최고 수준의 부품업체들이 몰려 있는 기후현에서 대표적인 '지속적 성장 기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정밀부품의 흠집 발생 방지 관련 시스템의 특허를 취득하며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주목받고 있다.

이같은 혁신과 혁신을 통한 성장이 가능했던 것은 경영자의 마인드에서 기인한다. 이 회사 이토 야스히로 사장은 단순한 품질개선 보다는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이라는 관점에서 사업에 접근하고 있다. 야스히로 사장은 키플랫폼 특별취재팀과의 인터뷰에서 "높은 기술력을 확보하기 이전에 무엇이든 배울 수 있는 태도를 먼저 갖춰야 한다"며 "새로운 부가가치는 지식에 대한 탐구와 새로운 아이디어로부터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작은 기업이지만 항상 고객의 요구를 포착하며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야스히로 사장에게 이토정밀제작소만의 혁신 비결에 대해 들어봤다. 오는 4월23~2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진행되는 '2015 키플랫폼'에 참석해 '중소기업의 혁신 실행력 극대화 아이디어'에 대해 강연할 예정이다.

-'혁신'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혁신이라 하면 뭔가 새로운 기술을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한 사람이 무엇에 대해서 어떻게 임할지에 대한 마음가짐이 혁신의 근본이다. 일본적일수도 있지만 모든 태도에 임하는 품성이 중요하다. 배울 수 있는 태도를 먼저 갖춘 다음에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것이 순서다. 일을 하는 현장에서 고객이 원하는 요구에 맞춰 빠르게 변화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정해진 룰을 잘 지키는 것이 바탕이 돼야 한다. 실수를 방지하고자 하는 노력도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지속적인 혁신을 어떤 방식으로 이뤄왔는가.
▶절삭가공이라는 우리의 핵심기술에 대해 끊임없이 '카이젠'(KAIZEN·개선)을 해왔다. 그리고 다양한 업종의 거래처 사이에서 한쪽 산업에 쏠리지 않고 균형 있게 여러 산업을 고객군으로 뒀다. 그 덕분에 특정 산업의 경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부침 없이 안정적으로 부품을 납품할 수 있었다. 1970년대에는 비디오가 유행하던 시절에는 비디오 플레이어의 커넥터 부품을, 80년대에는 닌텐도 등 콘솔 게임기의 콘센트 부품을 생산했다. 그리고 90년대에는 위성방송기기 부품과 2000년대에는 하이브리드 차량 브레이크 부품 생산에 주력했다. 변화하는 시대마다 우리 역시 빠르게 변화해 히트 산업에 부품을 납품했다.

-혁신과 개선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왔는가.
▶쓸모 없는 아이디어는 없다. 모두가 아이디어를 말할 수 있어야 진정한 카이젠을 이룰 수 있다. 직원들의 아이디어가 월 100~120건 정도 들어오고 있다. 월 평균 직원 한 명 당 한 개씩 개선점에 대해 의견을 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이디어의 많고 적음을 떠나 직원들의 의견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수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인센티브를 준다. 채택되지 않더라도 아이디어를 내면 한 건당 500엔을 줘서 격려한다. 모두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창업 때부터 지속돼 왔고, 앞으로도 유지, 발전시킬 우리의 문화다.

-직원들이 제안한 아이디어는 전사적으로 공유되는가.
▶중간관리자들이 직원들에게 현장에서 이야기를 듣고 간부회의 때 공유한다. 그리고 간부회의 결과는 중간관리자를 통해 전 직원들에게 공유된다. 아이디어가 어떻게 진전되는지를 비롯해 회사의 주요 현안에 이르기까지 직원 모두에게 알린다. 회사의 상황을 투명하게 직원들에게 공유하는 것은 공감과 이해를 가능하게 하고 불만과 불신을 제거한다. 특히 창의적인 것을 공유하는 것은 실행력을 키우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이러한 것들이 가능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토정밀제작소의 청사진은 무엇인가.
▶우리는 크게 정밀절삭 부문의 대기업 하도급 생산과 자체적인 기계 설비 생산의 두 가지 사업 부문이 있다. 앞으로 일본의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하도급만으로는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도급은 주문량이 늘더라도 주로 고품질 제품의 주문이 늘어 오히려 마진이 제자리이거나 조금 줄어든다. 반면 정밀절삭 제품의 미세한 흠집을 방지하기 위해 고안해 낸 기계 설비인 '다콘안심기기'는 전년 대비 약 30% 매출이 증가해 기존 정밀절삭 부분에서 매출이 감소했어도 전체적으로 예년 수준의 매출을 유지할 수 있었다. 다콘안심기기는 우리 회사 제품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다 개발한 것인데, 지금은 다른 여러 제조업체들이 앞 다퉈 찾고 있다. 앞으로 기계설비 개발 부문에 힘을 쏟아 우리 같은 제조업체들의 생산공정에 필요한 기계 설비의 레이아웃을 설계해주고, 그에 따른 생산 로봇 등 자동화기기 배치까지 컨설팅하는 분야로 확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