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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 내부 그대로 옮긴 볼보 트럭, 디자인 혁신 비결은...

[2015 키플랫폼 키맨 인터뷰]시실리아 허츠 움비리컬디자인 사장이 말하는 혁신 실행력

스톡홀름(스웨덴)=이미영 | 2015.04.0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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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실리아 허츠 움비리컬디자인 CEO/ 사진제공=움비리컬디자인


"주변 사람들이 젊은 북유럽 여자가 무슨 항공산업이냐고 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10년이 지난 지금 아이디어 하나로 승부해 볼보 트럭 디자인을 바꾼 주인공이 됐습니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고민하기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현실에서 실험해 보기 위해 먼저 시도했습니다. 내가 가진 자원을 기존에 있는 플랫폼에 적용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 신산업을 개척했습니다."

시실리아 허츠 움비리컬디자인(Umbilical Design) 사장(CEO)은 시종일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새로운 일을 기대하는 표정에서 에너지가 넘쳤다. 허츠 사장은 10년 전 항공산업디자인이라는 사뭇 생소한 신산업을 개척했다. 항공산업디자인은 우리에게 생소한 분야다. 항공산업디자인은 항공 우주에 쓰인 기술을 일상생활에 도입해 보다 효율적이고 편리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주력한다. 허츠 사장이 세계 최초로 고안한 사업이다.

허츠 사장이 '항공우주'를 아이템으로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도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투자자를 구했고, 자신의 항공기술을 활용한 트럭내부 디자인, 우주복 섬유를 이용한 속옷 등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장에 내놨다. 점차 대기업에서도 그녀의 아이디어에 관심을 보였다. 움비리컬 디자인은 현재 스웨덴 유수 대기업과 네트워크를 형성, 대기업의 플랫폼을 활용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상품화시키고 있다. 스웨덴 자동차기업 볼보 트럭 내부 디자인도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그 결과 움비리컬디자인은 '장수' 스타트업 기업 반열에 올랐다.

그가 하는 일은 '사회적 가치'와도 맞물려 있다. 그가 진보한 항공기술을 어떻게 지구에 활용해, 환경을 개선하고 사람들이 보다 안전하게 살 수 있을지 고민한 결과를 현실에 적용했다. 허츠 사장이 움비리컬디자인을 운영하면서 내세운 '다운투어쓰 (Down to Earth)'라는 캐치 프레이즈가 그의 이런 기업 철학을 잘 보여준다.

머니투데이는 스웨덴 현지에서 허츠 사장을 만나 스타트업 기업의 성장 스토리와 혁신 비결에 대해 들어봤다.

- 다운투어쓰(Down to earth) 제목이 재밌다. 무슨 일을 하는가?
▶ 우리가 하는 일은 우주에 투자했던 것을 지구로 돌려주자는 것이다. 우주 산업엔 수많은 기술들이 필요하다. 무중력에서 견딜 수 있는 기술, 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기술, 외부 충격을 견딜 수 있는 장비 등이다. 그런데 이런 기술들은 '우주에서만' 쓰인다. 이런 기술들을 지구에서 필요한 부분에 적용해 돌려주자는 것이다.

- 구체적으로 어떤 결과물이 나왔는가?
▶ 예를 들어서 스웨덴에 있는 트럭 내부 디자인을 우리가 담당했는데, 우주선처럼 트럭 운전사들도 그 좁은 내부 공간에서 오랫동안 지낸다. 이런 공간을 이들에게 맞춰서 효율적으로 만들어주고, 공간 활용을 할 수 있도록 바꿔주는 것이다. 최근엔 한 속옷 회사하고도 합작했다. 철강회사 현장 직원들이 속옷을 안 입는데, 열을 보호하는 기능이 없어서라고 하더라. 그래서 우주장비 중에 열강화 섬유를 활용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래서 속옷회사와 합작해 이 섬유를 뽑아낸 속옷을 만들었다. 아직 상용화 단계는 들어서지 못했지만 시장이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향후에는 우주선의 높은 에너지효율성에 착안에 건물에서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에너지를 기존보다 70~90%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창의적인 생각이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됐나
▶ 내가 미국 항공우주연구원(NASA)을 갔을 때다. 나사에서 글로벌 학생 연수 프로그램이 있었든데 그 때 지원해 합격해 NASA에서 우주정거장 만드는 일을 도왔다. 그 때 내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우주산업에 쓰이는 기술이 현재 환경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창업하게 됐다.

- 성공할 것이라 예측했는가?
▶ 내 아이디어에는 자신이 있었다. 우주과학 기술을 일상생활에 접목하는 일을 하는 것 자체가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솔직히 많이 말렸다. 투자처도 구하는 게 쉽지 않았던 이유기도 하다. 그런데 내가 실제로 이것을 시도하지 않으면 아이디어는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또한 NASA에 연수를 하면서 경험한 분위기도 한몫을 했다. 미국 특히 실리콘밸리에 있는 사람들은 시도하는 것 자체를 크게 두려워하지 않더라.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친구들에게도 내 사업구상을 얘기 했을 때 크게 지지했었다. 고민하기 보다는 빨리 실행에 옮기는 것이 백번 낫다고 생각했다.

- 투자처는 어떻게 구했나?
▶ 쉽지 않았다. 2004년이니까 벌써 10년이 넘었는데, 처음엔 ‘젊은 여자가 우주 디자인이라고?’ 하면서 말렸다. 투자자도 찾기가 어려웠다. 미국에 있을 때는 사람들이 얼른 하라고 지원했다면 스웨덴에선 상황이 달랐던 것이다. 그래서 망설이고 있었던 찰나에 '비즈니스 앤젤(business angel)'이라는 한 재력가가 나에게 투자를 했다. 사업을 준비하면서 항공우주나 기업가 관련 네트워킹을 빠지지 않고 참여한 결과였다. 이 투자금으로 항공우주와 관련한 교육을 심층적으로 받을 수 있었고 이후에 회사를 차리자 거기에 주식을 사는 형식으로 도왔다. 그가 없었다면 지금 창업은 어려웠을 것이다. 또한 유럽우주산업협회(ESA)네트워크도 활용한다. 우리가 아이디어가 있거나 사업을 할 때 이들의 아이디어나 인력을 활용하기도 한다. 40여개 유럽국가가 가입해있다.

- 비즈니스 엔젤이 무엇인가?
▶ 민간 투자자가 벤처를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자발적으로 투자하는 개념이다. 스웨덴에서는 정부 투자보다는 민간에서 네트워킹을 통해 이러한 일을 많이 한다. 이 종자돈으로 벤처를 성장시키는것이다. 나도 향후에 그런 일을 하고 싶다.

- 이런 아이디어를 내고 반영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전문가가 필요할 거 같은데 인원이 몇명인가?
▶ 사실 이 회사 소속인 직원은 4명이다. 우리는 우리가 기획을 하고 그 프로젝트에 맞는 사람하고 네트워킹을 통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렇게 하면 서로 보지 못한 시각들을 공유할 수 있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 우리는 볼보, 노르딕 기술 컨설팅 그룹 등과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 스웨덴에서 결국 사업을 시작했다. 미국에서 했다면 더 쉽지 않았을까?
▶ 아마 지금보다 성장은 더 빨랐을 것 같다. 상업성에 더 집중했을 거고 더 많은 투자를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가는 길을 계속해서 고집해서 가지 못했을 것이고, 다방면으로 생각을 확장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지금과 같이 수익보다 사회와 호흡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또한 스웨덴에는 우주산업이 많이 발달했고 같이 일할 수 있는 대기업이 많다. 그래서 오히려 협업이 쉬운 것도 있다. 미국에서 사업을 시작해야 했다고 후회한 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