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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년 된 광산업체, 갑자기 '접착제 회사' M&A한 이유

[2015 키플랫폼 키맨 인터뷰]자닛 리비진 아트라스콥코 부사장이 말하는 혁신 비결

스톡홀름(스웨덴)=이미영 | 2015.04.03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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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닛 리비진 아트라스콥코 부사장/ 사진=이미영 머니투데이 기자

"제조업의 초점이 이제 제품에서 서비스로 바뀌었습니다. 기업은 고객사에게 솔루션을 앞서서 제공해야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혁신은 어떻게 이것을 더 먼저 알아내 제품으로 만들어 시장을 창출해내는가에 달려있습니다. 이것이 우리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비결입니다"

스웨덴의 국민기업 아트라스콥코(Atlas Copco)의 자닛 리비진(Jeanette Livijin) 인사담당 부사장이 밝힌 혁신의 비결이다. 1873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전 세계 180여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이다. 직원 수만 4만4000명에 달한다. 지난해 매출은 12조188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아트라스콥코는 스웨덴에서 개인이 가장 잘 성장할 수 있는 기업,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아트라스콥코는 공기압축기, 광산굴착기계 생산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스웨덴은 철광석 등 광산업이 발달돼 있다. 이에 발맞춰 아트라스콥코도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 광산업 관련 기계 생산은 아트라스콥코의 성장 받침대 역할을 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아트라스콥코는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했고 기존기술을 바탕으로 건설 도로장비, 산업용 공구 등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아트라스콥코가 한 세기를 넘는 동안 큰 위기를 겪지 않고 성장하게 된 배경이다.

머니투데이 특별취재팀은 자닛 리비진 아트라스콥코 부사장을 스웨덴 현지 본사에서 직접 만나 이 회사가 142년 동안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을 들어봤다.

- 다보스 포럼에서 9년 연속 '지속가능한 기업'에 선정됐다. 140년 장수기업의 비결을 알려달라.
▶ 사실 놀라운 일이다. 우리가 세계기업 중 23위를 차지했다. 우선 아트라스콥코가 제조업 분야에 있지만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해 왔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우리는 원래 광산굴착기계, 공기 압축기 등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섬유, 항공,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시장을 확보했다. 단순히 우리가 잘하는 것을 가지고 정체되기보다 그것을 활용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미리 찾아내고 그것을 현실화하는 작업을 끊임없이 했다.

- 어떻게 가능할까?
▶ 우선 우리 회사는 '회사 안에 회사'가 있는 구조다. 그러니까 한 사업 단위마다 독자적으로 움직인다. 우리 회사에 24개 사업단위가 있는데 말하자면 24개 회사가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사업 단위 별로 사장이 존재하고 이 사장들이 향후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실행한다. R&D(연구개발)도 전사적인 차원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한 사업부마다 R&D가 별도로 있다. 이에 대한 예산과 수행도 전적으로 사업부 장의 권한이다. 우리는 이들의 하나의 프레임워크이지 내부적 일에 대한 권한은 사업단위에 주어지는 것이다. 우리 회사가 가진 30여개의 브랜드가 있는데 이것들이 모두 사업부에서 만들어 낸 것이고, 이 브랜드의 관리·운영도 사업부에서 독립적으로 이뤄진다.

- 이렇게 사업부별로 권한이 크게 주어지면 한 회사로 통합되기가 어렵지 않을까?
▶ 우리는 '프레임워크'가 강하다. 회사가 가진 가치, 원칙을 계속 교육하고 그 기준에 대한 평가는 엄격하게 적용된다. 지속가능성은 변화에 빨리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지킨 가치를 잘 지키는 엄격성도 필수적이다. 이러한 프레임워크의 기본 바탕은 내가 회사를 다닌 27년 동안에도 바뀌지 않았다. 물론 시대의 흐름과 변화에 맡게끔 기본 틀은 발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그전에 사업단위를 평가할 때 오로지 매출과 이익율과 같은 재무적인 평가로만 진행했다. 실적만 가지고 평가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사회적 기여도, 저탄소 운영 방안 등 4가지 요소를 같이 적용해 평가한다.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개인 별 성과평가 기준은 어떻게 되는가?
▶ 개인별로는 3년~5년 동안 어떤 일을 할지 목표를 정한다. 장기적이긴 하지만 그 정도 일에 몰입해야 제대로 된 성과가 나온다. 새로운 아이디어도 일을 먼저 배우고 그것을 통해 발전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목표를 이뤄내는 과정에서 세부적인 성과를 달성했을 테 보상을 해주긴 하지만 어쨌든 자신이 추진한 일에 대한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선 최소 3년을 보장해 줘야한다.

- 대기업들은 내부적으로 혁신을 이루기 어렵기 때문에 그 요소를 밖에서 찾는다. M&A(인수합병)가 그 예인데?
▶ 우리도 마찬가지로 혁신을 하기 위해서 외부에 눈을 돌렸다. 우리는 수많은 M&A를 한다. 기업 합병을 통해 우리가 부족한 기술을 확보하고 그와 동시에 그 합병한 회사가 우리가 가진 넓은 시장으로 진출하게끔 돕는다. 최근에 우리가 단행한 M&A도 새로운 사업단위로 확장한 계기가 된다. 우리가 최근 건설분야에도 진출해 새로운 사업단위를 만들었는데, 우리가 가진 굴착기술이 이제 건축에서 많이 쓰인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다. M&A는 대기업에게는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 기업의 외부적 혁신 전략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직원들도 혁신적인 마인드가 있어야 할 텐데?
▶ 물론이다. 우리는 3단계로 직원들이 해야 할 일을 나눈다. 첫째로 자기가 현재 하는 일에 충실할 것. 둘째, 미래 산업이 무엇인지 관심가질 것, 셋째, 그것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것. 예를 들어서 우리가 가진 사업부 중에 자동차 부품 접합 기기를 다루는 부서가 있다. 이 기기는 정교해야 부품이 잘 맞물려 있으면서 견고한 자동차가 만들어 진다. 최근 고객사가 계속해서 견고하게 부품 부착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우리가 이것에 착안해 최근 접착제를 생산하는 업체를 합병했다. 이들이 가진 기술을 어떻게 접목할 지 고민 중이다. 고객사가 하는 고민을 토대로 한 단계 더 멀리 내다보고 우리가 새로운 솔루션을 제공해야한다. 이것이 바로 기업의 혁신이고 우리가 경쟁력을 계속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부분이다.

- 아트라스콥코의 다음 과제는 무엇인가?
▶ 우리가 다음으로 직면한 과제는 '디지털화'다. 최근 아트라스콥코는 소프트웨어 기업을 인수했다. IT기업 인수는 우리 회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아직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확정되지 않았지만, 제조업에도 IT적 요소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이뤄진 결정이다. 우리가 생산하는 제품은 물론 직원들의 업무 환경에도 IT 기술을 어떻게 심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