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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을 유치한 북유럽 시골 탄광촌, 비결은 바로...

[2015 키플랫폼 키맨 인터뷰]에릭 룬드스트롬 노드폴 CEO가 말하는 혁신을 위한 '개방적 협업'

룰레아(스웨덴)= 이미영 기자 | 2015.03.30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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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룬드스트롬 노드폴 CEO(좌)와 앤 그라프 노드폴 홍보담당(우)/사진= 특별취재팀


스웨덴 북부 작은 도시 룰레아. 철광석을 생산하는 스웨덴 대표 광산 도시다. 룰레아에 큰 변화가 찾아온건 2012년 페이스북의 새로운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고부터다. 룰레아는 페이스북이 미국을 벗어나 세운 첫 데이터센터다. 페이스북은 당초 20여개 후보지를 두고 고심했다. 룰레아에 있는 혁신 기업 노드폴(Node Pole)이 1년여에 거쳐 페이스북 설득에 나섰고, 결국 페이스북의 데이터센터를 유치했다.

2013년 허허벌판에 가까웠던 설야에 페이스북이 고안한 2만7800㎡에 달하는 최첨단 데이터센터 건물이 들어섰다. 지멘스, 시스코 등을 비롯한 20여개의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건설 작업에 참여하겠다고 줄을 이었다. 다른 IT 기업들도 데이터센터 유치를 위해 노드폴의 문을 두드렸다. '페이스북 효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BCG(보스턴 컨설팅 그룹) 보고서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유치로 룰레아가 거둬들인 직·간접적 경제효과는 약 90억 스웨덴 크로나(1조1675억원)다. 2012년에만 룰레아 시 지역 GDP의 1.5%를 차지했고 전국적으로 4500명의 일자리도 창출됐다. 스웨덴 인구의 0.05%로 적지 않은 수다.

데이터센터 유치로 룰레아 산업 토양을 바꾼 노드폴의 임직원은 단 4명. 이들은 룰레아 시내에 위치한 빌딩에 아담한 사무실을 꾸리고 있었다. 이 작은 사무실에서 노드폴 직원 4명은 어떻게 룰레아를 넘어 스웨덴까지 뒤흔들었을까? 머니투데이 취재팀은 스웨덴 현지에서 노드폴 CEO인 에릭 룬드스트롬과 홍보담당 앤 그라프(Anne Graf)를 만나 새로운 성공 신화의 비결을 물었다.

- 페이스북의 데이터 센터 유치가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 우리가 가진 자연 환경이 데이터 센터 유치하기에 적합했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는 말 그대로 대형 서버를 세우고 전세계로 돌아다니는 정보를 저장하고 관리하는 공간이다. 그만큼 안정적으로 관리·운영 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룰레아는 자연적, 인적 조건을 다 충족했다. 연 평균 기온이 0도로 별도의 냉각시스템이 없이도 데이터센터의 열을 식힐 수 있다. 1972년 이후 단 한번도 정전사태가 발생하지 않을 정도로 에너지 공급이 안정적이다. 수력발전으로 에너지를 생산해 비용도 절감된다.

- 광산업이 주력인데 IT 산업과 관련한 인력은 어떻게 확보했나?
▶ 재밌는 것은 이 모든 조건이 룰레아의 전통산업인 광산업 덕분이라는 것이다. 광산업과 IT는 생각보다 밀접한 연관이 있다. 어두운 곳에서 물건을 찾기위해 위치추적 시스템이 발전하는가 하면, 전력 수급 문제가 광부 안전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졌다.
전통적으로 강한 R&D(연구개발) 센터도 한몫한다. 룰레아는 1980년대에 데이터 관련 전문 교육기관인 룰레아 기술 대학교가 설립됐다. 최근에는 이 대학교에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지원서를 내기 시작해 지원율이 18%포인트나 높아졌다. 아마도 더 우수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룰레아가 가진 모든 조건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우리가 경쟁적 우위를 지닌 사업을 모색했고, 그 결론이 데이터센터였다.

- 직원이 4명이라고 들었는데, 4명으로 어떻게 이런 프로젝트가 가능했나?
▶ 노드폴은 룰레아 정부의 투자를 받고 있는 기업이다. 우리는 이 데이터 센터를 이 지역에 유치하고, 센터에 필요한 기업과 기술을 유치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한다. 한마디로 대외적으로는 마케팅 팀이고, 대내적으로는 기업을 소개하는 에이전시다. 많은 인원보다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인적 네트워크로 충분히 할 수 있었던 이유다. 우리가 하는 일을 한 문장으로 말한다면 '효율'적이고 '자발'적인 클러스터링을 구성할 수 있는가다.

- 협력업체가 꼭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노드폴은 현지 기업은 물론 해외 기업까지 느슨한 협력체제로 이뤄지고 있다. 기술, 인력 등을 보유한 기업들이 우리 풀에 등록을 하고 그 필요한 기술이나 사람이 있는 기업이 참여하는 형식이다. 현재도 아일랜드 기업이 참여하고 있는데, 우리가 연락을 먼저 취한적이 없다. 자발적으로 참여를 신청했고 우리는 이 기업의 기술력이 필요하다고 인정해 함께 일하고 있다.

- 클러스터링이 유기적으로 잘 이뤄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 정부의 투자를 받아 진행되고, 산업 자체가 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하다보니 정부와 긴밀한 협력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비결아닌 비결이다. 우리가 있는 이 빌딩에는 룰레아 산업부, 스웨덴 북부 주립 산업부, 스웨덴 산업부가 함께 있다. 그만큼 실시간 소통과 지원이 가능한 것이다.
또한 스웨덴이 전통적으로 클러스터링을 산업 발전의 발판으로 삼는다. 스웨덴 과학기술 센터 (Science Park)가 지역별로 있는데, 이들이 산업 인큐베이팅 부터 관여한다. 작은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이나 기업들을 지원해 이들이 함께 모여 새로운 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돕는다. 큰 틀에서 보면 우리도 이들의 지원 아래 사업을 시작하고, 성공시킬 수 있었다.

- 한국도 소국(小國)경제모델이다. 우리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이 있다면?
▶ 이러한 산업 전통을 가진 것은 아마도 스웨덴이 소국 경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교육에 강하지만 자원은 없다. 시장이 작고 사람도 적다. 이런 경우에는 작은 기업을 전문화 하는 수 밖에 없다. 그 전문화된 기업들끼리 모여서 시너지를 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작은것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얻는다' (from less to more)라는 교훈을 얻었다. 내가 가진 장점에 주력하되, 부족한 부분을 채워 더 큰 결과를 내야 하는 것이다. 이는 스웨덴식 클러스터링 성공 전략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