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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같은데 알고보니 104년 장수기업...어디?

[2015 키플랫폼 키맨 인터뷰]람 라마트리시난 이튼 부회장이 말하는 혁신 실행력

클리블랜드(미국)= 특별취재팀 정진우 조철희 이미영 기자 | 2015.03.27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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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 라마트리시난 이튼 부회장/사진= 특별취재팀
미국 북동부 캐나다 인접 지역에 위치한 인구 40만명의 중소도시 클리블랜드. 머니투데이 특별취재팀이 이곳을 찾은 지난 1월27일, 온 도시가 하얀 눈으로 뒤덮힌 '겨울왕국'이었다. 클리블랜드 도심에서 자동차를 타고 영하 10도가 넘는 한파와 눈길을 뚫고 20분 정도 외곽으로 나가자, 최첨단 연구소처럼 생긴 건물들이 보였다.

취재팀이 방문한 이곳은 104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혁신기업 'EATON'(이튼) 본사였다. 이튼은 우리나라에 생소한 기업이지만, 연 매출 220억 달러(2013년 기준) 규모의 세계적인 에너지 관리 기업으로 유명하다. 이튼은 전기와 유압, 기계 등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 30여개 나라에서 10만명이 근무하고 있다. 우리나라엔 2012년에 진출, 이튼 일렉트리컬 코리아를 운영하고 있다.

100년 넘는 이 장수기업에도 위기는 있었다. 25년전인 1990년, 화물차 부품 생산에 주력했던 이튼은 더 이상 시장을 지키기 어려웠다. 새로운 변화를 통한 성장이 필요했다. 그들이 찾아낸 해법은 바로 M&A(인수합병)였다. M&A를 통해 에너지 솔루션의 영역을 벗어나 새로운 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객의 니즈에 선제 대응하기 시작했다. 역사가 오래된 장수기업이었지만, 벤처기업처럼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력을 통해 성장을 거듭했다. 20년 후 이튼은 세계적인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의 기계부품 중 90%를, 현대자동차 부품의 40%를 납품하면서 입지를 다졌다.

취재팀은 이튼 본사에서 람 라마크리쉬난(Ram Ramakrishnan) 이튼 부회장을 만나 어떻게 혁신을 이뤘는지 비결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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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 라마트리시난 이튼 부회장/사진= 특별취재팀

- 화물트럭 부품 제조업체였던 회사가 에너지 솔루션 회사로 어떻게 거듭났나?
▶ 우리회사에 큰 변화가 생긴 건 25년 전 샌디 커틀러가 CEO로 취임한 후 부터다. 화물트럭 부품만을 가지고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어려워 새로운 시장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새로운 사업으로 확장하기 위한 기술력을 확보하는 R&D(연구개발)와 공격적인 M&A를 추진했다. M&A는 지금까지도 우리의 중요한 혁신전략으로, 최근엔 우리 회사 역사 상 가장 큰 M&A가 있었다. 세계적인 전기 장비 공급업체 '쿠퍼'를 합병한 것이다. 2012년엔 한국에서 수력발전 관련 기술을 보유한 제일 엔지니어링을 인수했다.

- M&A의 장점이 무엇인가?
▶ 다양한 M&A는 단순히 회사 몸집을 키우기보다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특히 요즘과 같이 지역별로 경제 상황이 다르게 나타날 경우 회사 입장에선 수입을 다변화 할 수밖에 없다. 자동차 산업이 안좋으면 항공, 항공산업이 안좋으면 자동차, 아시아 시장이 안좋으면 유럽, 유럽시장이 안좋으면 미국 등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 결국 서비스를 다양화 한 것은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혁신인 것이다.

- 변화과정에서 직원들의 반발은 없었나?
▶ 변화를 하루 아침에 시작하려고 하면 무리가 따른다. 직원들이 그걸 알았다고 하지만 진심으로 체득해서 변화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매우 오랫동안 기다렸다. 탑다운(Top down)과 버텀업(Bottom up) 과정을 동시에 거쳤다. 우선 샌디 커틀러가 우리 회사의 방향성을 정해서 각 분야별, 지역별 탑 매니지먼트에게 전달했다. 전달하는 과정엔 충분한 이해가 있었다. 본사로 중진 관리자급들을 불러들여 서로 토론하고 사장을 직접 만나면서 함께 생각을 공유했다. 이후 탑 매니지먼트들은 자신이 관리하는 실무진들에게 혁신에 대한 자신들의 아이디어와 목표를 내게 했다. 이건 하나도 걸러지지 않고 탑 매니먼트에게 전달됐다. 이걸 정리해서 탑 매니지먼트가 본사로 가져온다. 본사로 가져온 내용은 충분히 논의를 거쳐 수렴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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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 라마트리시난 이튼 부회장/사진= 특별취재팀

-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 우리 회사의 목표는 1년 주기로 짜여진다. 회사의 아주 기본적인 방침은 본사에서 정하지만, 회사 직원들이 개인별, 사업별 자신이 해야 하는 목표를 정한다. 그리고 그걸 관리자가 취합해 본사에 가져온다. 이걸 통해서 회사의 1년 목표를 정하고 장기 목표도 설정한다. 이렇게 결정이 나게 되면 본사에서는 더 이상 간섭하지 않는다.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때까지 지켜보는 것이다. 이런 변화를 이끄는데는 직원들의 노력도 중요했지만 CEO의 역할이 컸다. CEO 차 번호에 '1 EATON'이라고 써있다. 그만큼 조직의 통합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게 탑다운이 아니라 같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것이 '1 EATON'의 핵심이다.

- 사업 다변화에 M&A가 주요했다. 그 회사 조직을 어떻게 편입시키는가?
▶ M&A 를 한다고 해서 그 회사를 무조건 '이튼화'하는 건 아니다. 우리가 그 회사를 합병하는 것은 그 회사의 기술력 때문이다. 이 회사는 기술력을 우리 회사의 네트워크를 발판으로 전 세계 시장에 판매할 수 있다. 서로 상부상조 할 수 있는 것이지 적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없다. 한국 지사도 마찬가지다. 이튼은 2012년에 한국의 제일유압이란 회사를 인수했다. 지금은 이튼 일렉트리컬 코리아로 운영하고 있다. 우리는 당초 제일유압의 수력발전 관련 기술이 필요했다. 이튼 코리아는 그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했다. 제일엔지니어 출신 중 한명은 지금 남미에서 우리 이튼 직원과 수력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남미에 있던 한 이튼 직원은 한국에 파견가서 같이 프로젝트를 준비중이다. 시너지가 나는 것이다.

- 변화에 잘 적응하기 위해선 직원들의 이해도와 업무 참여도도 중요할 것으로 본다. 이튼은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가?
▶ 우리 회사에는 전사적으로 직원들이 통합해서 교육받는 체계가 갖춰져 있다. 지식관리시스템이 잘 돼 있다. 교육 강사는 대부분 이튼 중견관리자들이다. 이들이 자신이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분야에 대하 강의를 준비하고 이걸 직원들에게 가르친다. 이렇게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직원들을 교육한다. 또한 서로 공유하는 문화를 정착해야 그것이 유지되고 통합되는 회사 문화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 장착된 지식공유 문화는 직원들이 보다 우리만의 노하우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