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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페퍼 교수가 말하는 ‘리더의 조건’

[2015 키플랫폼 키맨 인터뷰] 제프리 페퍼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팰로앨토(미국)= 특별취재팀 정진우, 조철희, 이미영 | 2015.03.25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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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여, 의사결정권자가 아닌 인자한 선생님이 되라!”

제프리 페퍼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사진)는 조직행동론·리더십 분야의 최고 석학으로 꼽힌다. ‘경영전략논쟁사’를 쓴 미타니 고지 가나자와공대 토라노몬대학원 교수는 페퍼 교수를 두고 “경영전략 역사의 양대 산맥인 포지셔닝 학파와 자원학파 중 자원학파의 거두”라고 언급했다. 자원학파는 ‘차별적 경쟁우위 확보가 전략의 핵심’이라고 주장하는 포지셔닝 학파(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 등)의 대척점에 서 있다.

페퍼 교수는 자원학파의 현대적 거두답게, 조직 내 인적자원의 잠재력을 극대화하여 이를 경쟁우위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술의 변화에 따른 산업구조를 끊임없이 탐색하느니, 사람에게서 얻은 경쟁우위가 보다 지속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조직의 리더 역시 성과 창출을 위해 강한 힘으로 직원들을 통제하는 의사결정권자가 아닌 직원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인자한 선생님이 될 것을 권한다.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의 특별취재팀은 지난달 미국 팰로앨토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정에서 페퍼 교수를 만나 조직의 실행력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리더십이 무엇인지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달 23~2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진행되는 ‘2015 키플랫폼’에서도 페퍼 교수 등 세계적 석학들이 제안하는 새로운 리더십 모델 등이 소개된다.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선생님이 돼라. 마인드셋(mindset), 즉 사고방식을 바꿔야 한다. 조직원들이 더 스마트해질 수 있도록 인자한 선생님이 되어 세심하게 가르쳐 주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서로의 신뢰가 보다 향상될 것이고, 성과도 좋아질 것이다. 리더는 조직문화와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인데, 조직원들에게도 그것을 어떻게 함께 만들지 잘 가르쳐 줘야 한다.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
▶가르침은 대화를 통해서 가능하다. 일상적인 대화를 통해 가능하고 교육 세션이나 세미나를 통해서도 가능하다. 조직원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그들이 무엇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경영철학을 세우는데도 직결된다. 따라서 항상 대화를 해야 한다. 조직원들에게 스스로 어떻게 더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해 피드백을 줘야 한다. 구체적인 데이터 등 충분한 정보도 줘야 한다. 이때 리더를 위해 일하는 방법이 아니라 오직 스스로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만을 가르쳐야 한다.

-직원들이 창의적인 인재가 되도록 잘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한 영역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와 다른 영역에 적용하는 연습을 시켜주면 좋다. 지금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아이디어가 아닌 다른 많은 아이디어와 영역에까지 지식을 넓혀야 한다. 즉, 이종교배(Cross pollinate) 같은 것이다. 이종교배가 가능하려면 넓게 보고, 읽고, 경험해야 한다. 그래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위한 재료가 충분해진다. 주제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일을 할 때 대부분 시간낭비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혁신적이고, 창의적이려면 당장 유용하지 않더라도 나중에 다른 문제에 적용할 수 있는 생각들을 할 시간이 필요하다.

-리더 스스로는 창의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머릿속에 많은 아이디어와 솔루션이 있다면 보다 현명하고 혁신적으로 일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지고 문제해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리더는 특히 사용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직간접적으로 이용하면서 느끼고 생각하는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을 잘 알아야 한다. 이를 잘 알기 위해선 호기심이 많아야 한다. ‘오늘 이 문제를 어떻게 풀까?’라고 항상 자문해야 하고, 광범위한 독서도 필요하다. 풍부한 독서를 통해 얻은 아이디어를 문제해결에 활용해야 한다.

-한국의 리더십은 상당히 권위적이다. 이를 깨고자 하는 이들에게 조언한다면.
▶의사결정을 통제하려는 힘을 포기해야 한다. 그래야 조직원 개인이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조직원들에게 재량권을 주면 그들은 일을 더 잘 할 수 있다. 재량권을 줘야 자신의 스킬과 잠재력을 최대치로 발휘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기업 경영 트렌드에 대해 지적하고자 하는 점은 무엇인가.
▶미국도 그렇고, 한국도 그렇고 지금 많은 나라들에서 같은 문제가 있다. ‘기업은 사람과 함께 존재한다’는 것을 잊어간다는 것이다. 직원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걱정하지 않고, 생산성과 이익을 더 많이 걱정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스트레스나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과 일본, 중국에서 직장인들이 과로로 사망하는 뉴스를 본다. 기업들이 인간의 지속가능성을 간과하는 것 같다. 환경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꽤 강조하지만 정작 인간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잊고 있다. 근로자들도 인간이다. 그들에게도 인간이 누려야 할 복지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