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실험정신 없는 임원들, 조직을 떠나라"

[2015 키플랫폼 키맨 인터뷰] 찰스 오레일리 스탠퍼드대 교수

팰로앨토(미국)= 특별취재팀 정진우 조철희 이미영 | 2015.03.24 07:31

편집자주 |  기업의 숙명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내는 것이다. 불투명한 미래,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기업들은 '잘하는 것'에 집중하면서 성장했다. 그런데 이제 성공을 위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잘하는 것'에서 벗어나 '해야할 것'에 집중해야 한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찾느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탐색'(exploration)이 기존 사업의 '활용'(exploitation)만큼 중요해졌다. 조직 전체의 실행력도 이에 연계, 재정의돼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머니투데이 특별취재팀은 한국기업에 맞는 미래전략과 실행력을 재정의하기 위해 50명의 글로벌 석학들과 50곳의 글로벌 혁신 선도기업 혁신담당자, 인사담당자를 직접 만나 그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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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기업이 혁신을 위해 새로운 세계를 탐색하는 것과 성장에 필요한 현금 흐름을 유지하는 것을 동시에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혁신 실험을 실행할 새로운 조직과 기존 조직간 균형을 유지하면 됩니다."

찰스 오레일리(Charles O'Reilly)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Standford Graduate school of business) 교수(사진)가 밝힌 글로벌 혁신 기업들의 성공 방정식이다. 그는 '양손잡이 조직'(Ambidextrous Organization)이론의 세계적 대가다. 양손잡이 조직이란 두 가지 상이한 구조적 프로세스를 다룰 수 있는 조직을 말하는데, 새로운 기획를 탐색하며 동시에 기존 역량을 활용하는 능력을 가진 조직을 의미한다. 1976년 로버트 던칸 미시건대 교수가 처음 선보인 이론을 가장 체계적으로 발전시킨 조직행동 및 전략적 리더십 전문가란 평가를 받고 있다. 2001년 LG그룹을 방문, 최고위 임원들을 대상으로 '전략 실행력'과 '인재경영'에 대해 통찰력을 전하면서 한국 사회에 알려졌다.

- 혁신 탐색 과정에서, 혁신을 담당하는 신생 조직(Sub unit)은 기존 사업조직으로부터 배척당할 수도 있다.
▶ 혁신 조직은 당장 눈앞에 수익을 보장할 수 없고 성공도 불확실하다. 기존과 다른 새로운 조직이기 때문이다. 기존 사업 조직원들이 "혁신 조직에 자원을 투입하는 것보다 기존 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며 견제할 수도 있다. 이같은 인식을 깨고, 두뇌 집단이 진지하게 실험에 몰입토록 하는 건 임원들의 태도에 달렸다. 그들의 핵심 역할은 혁신 탐색 조직이 다른 조직과 충돌하지 않게 보호하는 것이다. 정치적 분쟁에서 그들을 보호하고, 필요한 자원을 신속히 얻도록 해야 한다. 끊임없이 탐색 조직의 실험이 기업에 중요한 미래 자산이 된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알려야 한다. 때론 그 실험이 실패하더라도 그것이 기업 전체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것임을 공유하고, 성찰하는 역할까지 담당해야 한다. 이것이 임원들이 반드시 수행해야 할 핵심 커뮤니케이션이다.

-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 임원들의 미션은 네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번째는 "탐색이 중요하다"고 항상 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모든 실험을 지원하든지, 아니면 조직을 떠나야 한다. 두번째는 비전과 가치를 적극적으로 조정하는 것이다. 세번째는 탐색 팀 혹은 기존 사업팀 가리지말고, 일관되게 행동토록 유도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탐색 팀에게 약속한 자원을 의심없이 제공해야한다.

- 말처럼 쉽지 않을 것 같다. 양손잡이 조직화의 성공을 위한 임원급 리더의 육성이 또 다른 과제로 느껴진다.
▶ 물론 어렵다. 양손잡이 조직형 리더의 육성 방법을 매뉴얼로 정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양손잡이 조직화, 나아가 혁신 성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리더의 자질이 있다. 바로 '큰 조직에서 다양한 상황을 조율해 본 경험의 유무'다.

- 무슨 의미인가?
▶ 내가 IBM을 연구한 경험이 있는데, 과거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는 탐색의 시기에 외부에서 젊고 똑똑하며 필요 기술에 천재적인 지식을 지닌 관리자들을 많이 영입했다. 영입 이후 이들의 성공과 실패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탐색을 성공시키기 위한 리더의 자질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놀랍게도 명석함, 기술 전문성은 작은 탐색 조직에서조차 빛을 발하지 못했다. 즉 혁신의 성공은 '기술에 기반한 혁신성'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결국 혁신적 아이디어를 얼마나 기존 사업 자산에 활용할 수 있는지 '실용성' 여부에 달렸다는 것이다.

젊고 똑똑하지만 IBM에 축적된 조직문화를 잘 파악하지도 못하고, 네트워크도 미약하며, 사람들 사이에서 신뢰를 빨리 쌓을 줄 아는 노하우도 모자란 젊은 리더에겐 어려운 과제였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IBM은 외부의 큰 조직에서 다양한 문제해결을 경험한 관리자들을 영입하고, 이들에게 필요한 기술을 교육하는 방법으로 해결했다. 즉 문화를 이해하고, 작은 조직이지만 혁신을 위해 몰입하되, 큰 조직과도 소통하고 조화를 이룰 줄 아는 경험은 가르치기 어렵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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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신 탐색에서 얻어진 성과를 기존 사업과 연계하는 전략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리더가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은 무엇인가?
▶ 변화하는 기업 문화를 정의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사실 문화란 모든 조직이 일사불란하게 전략을 실행토록 하는 근본 소프트 인프라다. SAP가 ERP사업을 글로벌 차원에서 가장 잘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들의 전략은 그들의 몸에 배어 있는 문화가 성공을 견인한다. SAP는 모든 조직원이 그들의 고객의 사업에 맞게, 아주 복잡한 ERP시스템을 정밀하면서도 정확하게 설계하는 DNA를 지녔다. 물론 처음부터 고객이 원하는 것에 맞춰 유연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문화는 아니었다.

하지만 30년 넘게 사업을 하면서 고객 맞춤형 문제해결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왔고, 그것을 전략 실행과 성과 측청의 최우선 가치로 삼았다. 이 과정에서 관리자들이 "무엇이 진정 고객맞춤형 문제해결인가"를 작지만 강렬한 행동으로 일관되게 보여줬다. 이 과정을 거쳐 결국 사람들의 행동규범으로 자리잡으면서 문화가 된 것이다. 리더의 역할은 내 조직의 문화가 사업의 전략과 반드시 이어지도록 정렬하는 것이다. 가치는 행동에 투영된다. 수 만가지 논의가 아니라 어떤 행동이 그들의 가치를 투영하는 행동인지 직원들이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 실행해야 한다.

- 문화란 가치이며, 이는 추상적이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져야 된다는 의미인가?
▶ 그렇다. 다만 상황에 따라 가치 해석이 다를 수 있는데, 이것이 동일한 의미가 되도록 메시지를 공유해야 한다. 다시 IBM의 예를 들어보자. IBM의 3가지 전사 공통 가치는 개인의 책임에 대한 신뢰, 혁신에 대한 중요성, 모든 고객의 성공에 대한 헌신이다. IBM에선 모두 이러한 가치를 공유한다. 그런데 혁신에 대한 중요성은 IBM의 다양한 사업부가 속한 산업별 성숙도에 따라 해석이 다르다. IBM은 사업부별로 다른 해석을 인정하면서도 교집합에 대해 행동 가치로 받아들이면서 이를 끊임없이 공유하고 있다.

- 양손잡이 조직이론은 20년 정도 된 기업에게 유용한 것 같다. 신생 조직은 어떻게 혁신 탐색을 해야 하나?
▶ 신생기업은 탐색과 활용을 번갈아 가며 순차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신생기업들은 탐색의 결과를 시장에 맞춰야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 탐색을 시작하던 때를 생각해 보자. 그들 역시 탐색에서 얻어진 결과를 빠르게 상업화하는 것으로 성장을 시작했다. 이제는 인스타그램을 인수함으로써, 다른 탐색 조직을 내부에 갖추게 되었다. 한 가지 더 제안한다면 작은 기업은 많은 탐색 조직을 갖출 순 없다. 따라서 더 많은 모색을 위해서 개방적 협업을 통한 네트워크 효과를 노려보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