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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ICO 현상 빠르게 흡수…미래 직감해 투자"

[2017 키플랫폼 팬더모니엄 2020: 리마스터링 코리안 헤리티지]<연사 인터뷰>존 클리핑거 MIT 리서치랩 연구과학자

하세린 | 2017.06.07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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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클리핑거, MIT 미디어 랩 연구과학자, ID3(혁신데이터주도설계연구소) 공동 설립자/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콘래드서울에서 진행된 머니투데이 주최 글로벌 컨퍼런스 '2017 키플랫폼' 분과세션1-차세대 디지털 금융산업, 입증 가능한 신뢰와 권한을 위한 데이터 커먼스을 주재로 발표하고 있다.

"중국이 ICO(Initial Coin Offering) 현상을 굉장히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다. 중국은 이것이 미래 기술임을 직감하고 많은 투자를 한다."

오픈데이터와 분권형 거버넌스 연구의 대가 존 클리핑거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리서치랩 연구과학자는 최근 ICO 동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IPO(기업공개)가 기업이 주식을 공개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라면 ICO는 신생 벤처기업(스타트업)이 새 가상화폐를 만들어 팔아 필요한 자금을 끌어 모으는 것이다. 코인은 스타트업의 사업 성과에 따라 가치가 변하고, 코인을 사고파는 행위도 가능하다.

클리핑거는 국가 등 권력을 독점해왔던 기존 체제로부터 개인 정보를 보호하고 권력을 분산하는 데 연구를 집중해왔다. 현재는 태양광 패널 설치 등 개인의 탄소배출량 절감분을 보상하는 '그린코인'에 대한 ICO에 힘을 쏟고 있다. 그린코인은 비트코인과 같이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한 가상화폐다. 모두 정부나 중앙은행, 금융회사 등 어떤 중앙집중적 권력의 개입 없이 작동하는 게 특징이다.

지난 4월 말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17 키플랫폼'(K.E.Y. PLATFORM 2017)에 연사로 참여한 클리핑거를 만나 분권화 추세를 이끌 기술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오래 전부터 기존 체제에 대한 신뢰 문제를 제기해왔다.
▶사람들은 더 이상 국가기관이라는 이유만으로 신뢰 하지 않는다. 급속한 기술 변화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사회를 구성하고 시장을 만들어갈 것인가, 또 기술을 통해 어떻게 새로운 거버넌스 모델을 만드냐가 내 관심사다.

분명한 건 앞으로 사회가 더 분권화되고 AI(인공지능)를 통해 더 디지털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나는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데이터 커먼스'(data commons) 등의 오픈소스 플랫폼을 만드는 것,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블록체인 기술이 있다. 블록체인은 국가기관 등 제3자가 없이도 시스템의 확실성을 담보할 수 있다. 수학을 믿는다면 이 시스템은 믿을 수 있는 것이다. 나중에는 집 계약도 블록체인 기술로 가능할 것이다. 사람들이 이같은 자율적인 권위체계를 한번 신뢰하기 시작하면 이는 순식간에 퍼져나갈 것이다.

-이같은 변화에 가장 잘 대응하고 있는 곳은 어디라고 보는가.
▶두바이는 이제 블록체인 도시가 되겠다고 한다. 그건 서비스를 탈집중화하고 전통적인 행정 관료체제를 없애겠다는 선언이다.

보통 전자상거래에서 블록체인을 많이 말하는데 꼭 여기에 한정된 것만은 아니다. 두바이는 블록체인을 통해 기존 방식의 입국심사 절차를 진행하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카메라가 당신이 누군지를 판별해서 비자를 자동으로 파악해 자동 입국심사를 하는 것이다.

-정부의 하향식 행정에 대한 문제제기도 많이 하는데.
▶어떤 정부가 최선의 정부이냐에 대한 이념적 논의를 차치하더라도, 하향식 행정은 본질적으로 효율적이지 않다. 물론 이 방식이 작동하는 상황도 있지만 우리가 알고 있듯이 경제 분야에서 낙수효과는 발생하지 않는다.

더욱이 소수의 사람들이 자원을 독점하고 있는 것은 옳지 않다. 권력 독점 상황에선 반드시 혁신이 퇴보한다. 국가지도자 등에게 권력을 줬을 때 어떻게 그가 권력을 사적으로 쓰지 않게 하느냐는 디자인의 문제다.

예를 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적인 행정명령에 반발하는 뉴욕, 캘리포니아주 등은 자신들만의 시스템을 만드려고 준비중이다. 바르셀로나도 자신만의 화폐를 만드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렇듯 기술을 통해 사회 시스템을 달리 디자인하면 된다.

-그린코인에 대한 구상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태양광 패널 등 녹색 에너지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고 있다. 현재도 네덜란드 등에서는 그린코인으로 물건을 살 수 있는데, 그린코인 공동체가 커지면 6~8년 안에 지속가능한 녹색경제가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여러 헤지펀드들과 이러한 그린코인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

중국은 ICO를 굉장히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다. 전세계는 새로운 경제로 나아가고 있고 블록체인과 분권화 서비스가 그 핵심에 있다. 중국은 이것이 미래의 기술임을 직감하고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텐센트, 알리바바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결제 시스템은 중국에서 말도 안되게 빠른 속도로 확산됐다. 녹색경제로 빨리 전환할 수 있다면 누가 가장 큰 이익을 볼 것인가? 중국이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태양광 패널 공급자다.

-그린코인은 언제쯤 광범위하게 사용하게 될까.
▶앞으로 3~5년 안에 새로운 화폐가 통용될 것이라고 본다. 이런 기술의 발전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가상현실은 이미 현실이 됐다. 포켓몬고도 '포켓코인'이라는 자체 가상화폐를 가지고 있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