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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개척의 시대, 새로운 부의 원천을 찾아서

[2017 키플랫폼] [특별기고] 홍성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연구위원

홍성주 | 2017.04.27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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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장미대선을 앞둔 대한민국에는 4차 산업혁명의 기치가 드높다. 과연 4차 산업혁명 담론은 한때의 구호로 그치지 않고 새로운 경제의 성장판을 여는 데 성공할까? 그 결과는 우리가 거시적으로 일어나는 경제 변화의 본질, 즉 아날로그에서 디지털경제로 바뀌는 변화의 흐름에 얼마나 근접하느냐에 달렸다.

경제 변화의 흐름에서 지금 우리는 어디쯤에 있는가? 개척의 역사에 빗대어 보자. 1492년 콜럼버스는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다. 신세계를 향한 문이 열리자 이후 300년 동안 유럽 주요국은 식민지 쟁탈전을 벌이며 신세계의 윤곽을 그렸다. 이때 항해술과 총기 기술이 뛰어난 국가가 신세계의 거점을 차지하며 부를 형성했다. 19세기부터는 아메리카 대륙 개척의 시대가 열렸다. 증기기관과 철도, 교통수단은 떨어져 있던 아메리카 서부를 동부에 연결시키며 대륙의 입체를 그려냈다.

15~18세기 대항해시대, 19세기 골드러시가 있었듯, 21세기에는 디지털 개척의 역사가 쓰여질 것이다. 20세기 말 정보화 혁명은 디지털 세계를 향한 문을 열었다. 이후 애플, 페이스북, 구글과 같은 기업들이 혁신적 기술을 바탕으로 디지털 세계의 윤곽을 그려내고 있다.

다음은 디지털 세계의 대륙이 개척될 단계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에서는 현실 세계의 글로벌 분업 구도를 디지털 세계로 구현하기 위해 '사이버 피지컬 시스템'(CPS)의 개념을 창안했다. 즉, 디지털 영토는 현실 세계와 연결된 디지털 아바타와 그 부분을 연결하는 디지털 거버넌스 시스템으로 드러난다.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클라우드와 같은 기술은 현실세계와 디지털 세계를 연결하는 수단이고, 인공지능은 디지털 세계의 거버넌스를 구동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

19세기 엘도라도를 향한 개척가들처럼 최근 몇 년 동안 블록체인에서 디지털 화폐를 채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디지털 개척의 시대가 열렸다는 신호다. 새로운 부는 현실세계를 디지털 세계로 잇는 O2O 사업, 글로벌 분업화된 생산 절차에서 디지털화를 촉진할 기업서비스 사업, 디지털 세계를 구축하는 자원이 될 데이터의 생산과 활용 사업에서 발생할 것이다.

새로운 부를 형성할 산업의 쌀이 현실세계로부터 송출되는 데이터가 되고, 현실세계의 데이터들이 디지털 세계의 구조물로 건설된다. 디지털 경제 영토는 전세계 모두에게 열려 있다. 새로운 디지털 경제 영토는 창의력이 높은 인재에 의해 발굴되고 세계 간 연결을 추구하는 혁신가에 의해 건설될 것이다.

디지털 개척의 시대, 대한민국은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을까? 아쉽게도 대한민국의 혁신 환경은 인재와 혁신가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관료화되고 수직적인 조직문화와 행정, 공업화 시대형 공교육, 비대해진 지식 브로커 시장 대비 빈약한 지식생산체계 등 결국 장미대선의 4차 산업혁명 담론을 대한민국 실물경제에서도 대세로 만들려면 국가 차원의 대개혁이 필요하다.

그 방향의 하나로 인재와 혁신가에게 우호적인 혁신 환경 조성을 제안한다. 그래야 전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디지털 개척의 흐름에 대한민국이 뒤처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