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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늪에 빠진 한국경제, '잃어버린20년' 일본보다 걱정"

[2017 키플랫폼: 리마스터링 코리아][인터뷰]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

조철희 정진우 | 2017.04.05 05:10

편집자주 |  '팬더모니엄'(대혼란, Pandemonium). 대한민국의 2017년 오늘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한 말입니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으로 대한민국은 그동안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가 지금 살얼음판을 걷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은 이런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는 비법을 오는 4월27~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공개할 예정입니다. 이에 앞서 지난 6개월 동안 키플랫폼과 함께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과 전략을 고민했던 국내·외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앞으로 한 달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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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는 가운데 한국 경제는 대응 전략 없이 허송세월하고 있다. 대통령 부재인 동시에 정국이 대선 국면에 들어선 탓이다.

한국 경제는 3.3% 성장했던 2014년을 제외하고, 2012년부터 올해(전망치)까지 6년 째 2%대 성장률에 머물러 있다. 1960년대 이후 처음이다. 그야말로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들은 차기 대통령과 새 정부에 희망을 걸고 있다.

30년 가까이 한국 경제의 성장 정책을 연구해온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사진)은 "지금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문제는 잠재성장률이 떨어져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라며 차기 정부가 경제 문제 해결에 바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 원장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급박한 위기의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더 무서운 시기"라며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데 국력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머니투데이의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은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현대경제원구원에서 강 원장을 만나 차기 정부의 경제 정책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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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기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 우리 경제를 저성장 늪에서 구해야 한다. 반등의 모멘텀을 마련해야 한다. 최소한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는 속도를 늦춰야 한다. 한국 경제는 성장률이 2%대에 머물며 추세적으로 6년째 저성장이다. 2020년에는 1% 중후반대가 예상된다. 반등할 조짐이 보이지 않는데, 이대로 가면 '잃어버린 20년' 일본보다 못할 수 있다.

- 해법은 무엇인가.
▶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려야한다. 이게 가장 중요하다. 총요소생산성(TFP)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주력산업의 변화가 없고 산업구조가 고착화하면서 바닥으로 떨어진 역동성을 다시 끌어 올려야 한다. 창업과 퇴출, M&A(인수합병)가 활발한 기업 생태계를 정착시켜야 역동성이 생긴다. 창업 활성화를 위해선 법·제도 등 사회 인프라를 개선해야 한다. 또 교육과 산업 간 괴리를 해소하는 NCS(국가직무능력표준) 등을 활성화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생산성을 높여야한다.

- 노동과 자본 요소 투입도 늘려야 할텐데.
▶ 노동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선 장기적으로 출산율을 올려야 한다. 당장 고령자들이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정년을 없애든 늘리든, 고용·노동 조건을 유연하게 바꿔야 한다. 이민도 더 적극적으로 받아야한다. 자본 생산성은 투자 활성화로 높여야 한다. 불확실성을 제거해 기업들이 돈 벌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또 누구든 공정한 기회를 통해 사업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인허가권을 중심으로 규제도 대폭 손질해야 한다.

- 역대 정부도 규제개혁은 항상 강조했다.
▶ 규제개혁위원회를 관할하는 국무총리실은 인사권이나 예산권이 없어 조정자 역할을 하며 규제개혁의 실질적 효과를 내기엔 역부족인 구조다. 정부 조직이나 기구가 설립 취지대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인사권과 예산권 등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위원회'만 해봐야 좋은 얘기만 하다 서류만 쌓인다.

- '디지털경제' 시대다. 우리 산업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 서비스산업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예컨대 앞으로 성장할 문화산업 등에서 플랫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웨어러블, 인공지능, 로봇 등이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다. 이를 활용해 가상세계에서 현실적 상황을 시뮬레이션해 서비스를 최적화해야한다. 이를 다시 현실에서 솔루션으로 제시해 고객과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야한다.

- 차기 정부는 어떤 경제·산업 환경 여건을 조성해야 하나.
▶ 대표적으로 노동시장 유연성과 법·제도 인프라 개선을 꼽을 수 있다. 이중구조로 왜곡된 노동시장은 유연성을 늘려야 한다. 노동시장을 일자리가 아닌 소득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성장을 위해선 중산층의 소득 안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법·제도를 바꾸기 위해선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정부 재정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중·저소득층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개발·집행되고, 관련 법·제도를 바꿀 때 예산 부담은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 중산층 소비를 늘리기 위해선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
▶ 정부 재정지출 확대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은 단기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그것만 갖고 성장을 지속할 수 없다. 결국 투자나 소비를 늘려야 한다. 상위 1%가 소비를 늘려봐야 한계가 있다. 중산층과 그 이하 계층의 소비 여력이 생겨야 소비 자체가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중산층을 복원하고, 저소득층의 소득을 끌어올려야 한다. 형평이나 분배 때문이 아니라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 반시장적인 포퓰리즘 정책은 효과가 없다. 사회안전망과 복지를 강화하더라도 소비 여력 확충이란 정책 목표에 맞게 한정된 예산을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