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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최대 에너지社 에온 "중후장대산업도 변해야 산다"

[2015 키플랫폼 키맨 인터뷰] 마리아 안토니우 에온 HR 수석부사장

뒤셀도르프(독일)=특별취재팀 조철희 기자, 박세혁 인턴기자 | 2015.06.12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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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산업, 시장 등 비즈니스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는 지금, 대다수의 기업들은 사업 전략과 조직을 혁신하는데 몰두하고 있다. 보수적 성향이 강한 중후장대산업도 예외가 아니어서 다양한 혁신 방법론을 수혈해 변화 대응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독일 최대 에너지 기업 에온(E.ON)은 지난해 말 회사를 쪼개겠다는 큰 결단을 내렸다. 에너지 산업의 지형도가 급변하면서 선택과 집중에 승부수를 띄웠다. 기존에 해오던 광범위한 사업 모델을 분화해 정리하고, 신재생 에너지와 에너지 효율 분야에 집중키로 했다.

사업 전략과 모델의 전환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혁신이 필수 조건. 전세계 곳곳에 퍼져있는 6만명이 넘는 직원들이 변화의 물결에 적극적으로 합류해야 하는 에온으로서는 그 어느 때보다 혁신적인 조직문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다행히도 인사조직(HR)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를 이미 수년 전 HR 수장으로 영입해 혁신 노력을 기울여와 성공적 변화가 기대되고 있다.

영국 출신으로 지난 30여 년 동안 자동차, 운송, 에너지 업계에서 인사조직 전문가로 일해 온 마리아 안토니우 에온 HR 수석부사장(사진)을 독일 뒤셀도르프 현지 에온 본사에서 만나 조직문화 혁신을 위해 기울인 다양한 노력들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에너지 산업은 어떠한 변화 상황에 처해 있는가.
▶에너지 산업은 친환경 에너지, 신재생 에너지 등으로 다양해졌고 소비자와 기술의 변화도 매우 빠르다. 특히 위협적인 것은 스마트 그리드다. 프랑크프루트에서 차를 운전해 집으로 가는 도중 난방을 작동시켜 도착할 때쯤 집이 따뜻해지도록 만들어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을 수 있다. 먼 거리에서도 에너지 사용을 제어할 수 있는 것이다. 에너지 가격도 점점 비싸지고 있기 때문에 이는 매우 중요하다.

과거에는 타사와의 경쟁이 전부였지만 이제는 상황이 변했다. 요즘 소비자들은 단순히 에너지를 공급받는 것이 아닌 솔루션을 원한다. 그래서 우리는 더이상 에너지 공급자가 되는 것에 대해 얘기하지 않고, 어떻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에너지를 저장할지 등 에너지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에 대해 얘기한다. 우리에게 혁신은 매우 중요한 화두이다.

-직원들도 이같은 변화에 공감할 수 있도록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직원들에게 변화를 설명하는데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일반 직원들도 관리자들과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똑같은 인식 수준에 있도록 하고 있다. 직원들에게 투명해야 한다. 무엇보다 직원들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에서 직원을 내보낼 때도 반드시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직원 존중은 조직문화 혁신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직원들이 존중받는다면 변화를 가속화해야 할 시점에 저항하기보다는 도움을 줄 것이다. 모든 것은 사람으로부터 시작해서 사람으로 끝난다. 회장께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전략을 갖게 되더라도 그것을 실행할 사람이 없다면 그것은 한낱 종잇조각일 뿐이다."

-조직문화 혁신을 위해 가장 우선시하는 것은 무엇인가.
▶직원들에게 갑자기 혁신적으로 변하라고 하는 것은 어려운 요구다. 그래서 '열린 정신'(open mind)과 '다르게 생각하기'(think different)가 먼저 필요하다. 직원들이 마음껏 도전할 수 있는 혁신적인 조직이 되려면 문화가 개방적이어야 한다. 특히 경영진과 직원들이 다양한 민족과 성별 등으로 구성돼야 다르게 생각하는 조직이 될 수 있다. 일례로 나와 같은 영국 여자가 독일 회사에서 일하는 것을 많은 이들이 문화적으로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야만 조직이 변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600명의 고위 임원들이 '열린 정신'과 '다르게 생각하기'를 주제로 콘퍼런스를 갖기도 했다.

-인재 개발 전략은 어떠한가.
▶우리는 혁신을 위해 지난 몇 년 동안 새로운 조직 비전을 개발했고, 이 비전을 이루기 위한 새로운 인사 전략도 만들었다. 민첩성(agility), 경영효율성(operational excellence), 고객중심, 아마 생소하겠지만 '와해적 인재'(disruptive talent) 등을 강조하고 있다. '와해적 인재'는 단지 개성이 강한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에 '카오스'도 만들 수 있는 사람을 뜻한다.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인재상이다.

-조직혁신 노력 사례를 소개해달라.
▶10명의 임원을 무작위로 뽑아 회사의 비전과 전략을 의논케 하고, 이 임원들이 소속 부서 직원들에게 회사가 처한 변화와 이슈를 직접 이야기하게 한다. 마치 '폭포'(cascade)처럼 쏟아지게 한다. 또 회사의 주요 공간에 '비전 워크'(vision walk)라는 것을 마련했다. 직원들이 이동하면서 회사의 모든 비전 요소들을 경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예컨대 고객이라는 비전과 관련해, 고객들이 우리에게 받는 서비스에 대한 생각을 들을 수 있는 부스가 있다.

그리고 현재 '애자일'(Agile)이라고 불리는 부서가 있다.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내면 심사 후 선정하여 아이디어를 진전시킬 수 있는 자금을 지원한다. 아이디어가 실행가능하면 사업으로 진행시킨다. 직원이 경영자가 되고 싶다면 회사 안에서 경영자가 될 수 있게 해준다. 평범한 지위와 보상체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많은 지분은 아니지만 공동투자, 공동소유 형태도 가능하다. 경영자가 되는 안전한 길이다. 아이디어가 성공하면 직원은 수백만 유로를 받는다.

-어떠한 방식으로 소통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나는 자주 직원들의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데 처음에는 다들 문화적 충격으로 느꼈다. 나는 회사의 조직구조를 존중하지만 사실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는 회사에서 실제로 잘 돌아가지 않고 있는 부분들이다. 직원들은 때때로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줄 수 있다. 경영진이 직원들에게 얼굴을 자주 보여 그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조직이 문화를 바꿀 수 있다.

-외부 수혈 노력은 어떻게 기울이고 있는가.
▶미국 실리콘밸리의 많은 인재들에게 투자하고 있다. 현재 에너지 효율 관련 스타트업 몇 곳을 인수했다. 우리는 이들의 유연성과 독창성을 산 것이다. 이때 우리의 관료주의적 이미지를 강요해서는 안되고 이들로부터 최선을 배워야 한다. 또 그들의 최선을 지켜줘야 한다. 과거 포드에서 일할 때 중소기업들을 인수했는데 당시 대기업의 운영시스템을 강요해 인수기업이 가진 장점이 사라지는 경우를 목격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와는 다른 인수기업들을 어떻게 관리할지, 직원들은 어떻게 포용할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