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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은행은 구글 이길 수 없어...덩치 아닌 고객만족 필요"

[Review 2015 키플랫폼-연사인터뷰]⑮한스 크레머 ABN암로 프로그램 디렉터 "구글, 은행 시장 빼앗아"

권다희 | 2015.05.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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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크레머 ABN 암로 은행 프로그램 디렉터
한스 크레머는 ABN 암로 은행 산하 혁신센터의 프로그램 디렉터로 지난 7년간 금융 부문의 '급진적 혁신'을 추진해 왔다. 현재는 '경제인터넷'의 기반이 되는 UETP(Uniform Economic Transaction Protocol) 사업을 구상 중이다. 지난달 23~2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미디어의 글로벌 콘퍼런스 '2015 키플랫폼'에 참석한 그에게 은행의 혁신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혁신센터에서 은행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고민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은행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은.
▶은행의 인수합병(M&A)이 늘고 있다. 여기에 요즘은 IT 시스템까지 도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형 은행은 기반을 바꾸는데 시간과 돈이 많이 든다. 따라서 이런식으로는 구글 같은 IT 기업들과 경쟁하기 어렵다. 은행이 우위를 가질 수 있는 부분은 고객만족이다. 구체적으로 고객정보보호를 잘 해주고, 기업들의 필요에 따라 투자를 돕는 등의 역할이 요구된다.

-저금리로 전통적인 은행의 수익기반이 악화되고 있고 새로운 기술이 금융에 접목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은행업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구글을 비롯해 금융업을 노리는 플레이어들이 많고, 이로 인해 은행은 시장을 잃고 곤경을 겪고 있다. 은행들이 대출과 예금으로 돈을 버는 데만 머물러선 안 된다. 은행 스스로 재투자 하기 위한 방안들을 갖지 못한다면 일반적인 은행이 살아남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UETP 사업은 은행의 급진적 혁신을 가능케 하기 위한 대표적 예다.

-구축을 추진 중인 UETP에 대해 설명해달라.
▶UETP는 인터넷을 가능하게 한 HTTP 같은 오픈 소스로, 모든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일종의 경제인터넷을 만들기 위한 기반이다. 우리는 모든 유럽의 은행들을 결합하는 일종의 경제 인터넷을 구상하고 있다. UETP 구축을 위해 유럽의 중앙은행들, 보안회사들과도 이를 논의하고 있다. 우리는 이 사업을 1년 전에 시작했고, (아직 상용화는 안됐지만) 올해 내 '버전1'을 만들 계획이다.

-UETP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
▶전세계적으로 기업 대 기업, 기업 대 개인, 개인 대 개인간 거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알리바바에서 5달러짜리 물거을 살 때는 문제가 없지만 500유로의 제품을 구매할 땐 보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다. 고객의 정보가 많은 기업들을 거치게 되면서 오용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바로 은행이 보안에 대한 역량을 활용해 역할을 해야하는 대목이다. 은행은 금융거래 보안에 대한 역량이 높다. 앞으로는 정보를 다루는 데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UETP를 통해 온라인의 실시간 보안 거래를 구상한다.

-혁신을 위해 조직 차원에서 필요한 점이 있다면.
▶가장 큰 혁신은 실패에서 시작한다. 위계질서가 강한 조직은 실패할 여지가 없다. 특히 은행에서 중요한 사람들은 중간급(middle layer)이다. 이들은 운영, 고객을 비롯해 일의 프로세스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들은 자신들이 맡은 일을 하느라 바빠서 리더들에게 의견을 제시할 여건이 안 된다. 구글의 경우, 하루의 20%를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보낸다. 이 시간 동안 회사의 일과는 관계없는 일을 하면서 새로운 것을 찾는데 시간을 쓴다. 바로 여기에서 혁신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