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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적 기업은 시장을 닮는다"

[키플랫폼 뉴스레터] 서강석 에이온휴잇 상무 인터뷰 "조직문화, 시장 속성인 개방성·다양성 지녀야"

조철희 | 2014.09.1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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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적인 기업들은 다른 좋은 기업을 벤치마킹하기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장을 계속 닮으려고 노력한다.”

조직문화 진단 및 변화관리 전문가인 서강석 에이온휴잇 상무(사진)가 주목하는 시장의 가장 본질적인 속성은 늘 새롭고 다양한 기회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이 새로운 기회와 아이디어를 탐색하는 데 열려 있어야 하고, 이같은 개방성을 바탕으로 창조와 혁신을 실행할 수 있다.

창조와 혁신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을 하는 일이기 때문에 실패 가능성이 높다. 서 상무는 “조직은 이 실패에 개방적이어야 한다”며 “조직 구성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같은 조직문화가 갖춰져야만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서 상무는 한국 기업들이 외환위기 이후 미국식 신 인사관리 제도를 도입하면서 나름대로 개방적인 조직문화를 표방했지만 관리와 지시를 통한 개선을 시도하고, 시장에 대한 대응은 안정 위주의 통제 방식이어서 오히려 내부지향적인 방향으로 몰리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여전히 위계질서가 강조되는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위계질서가 강한 조직문화를 지닌 기업은 동질화된 집단적 사고로 시장 변화에 잘 대처하지 못하고, 창조와 혁신도 요원할 수밖에 없다”며 “개방성·다양성·유연성을 바탕으로 조직 구성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회를 탐색하는데 주저하지 않는 조직문화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서 상무와의 일문일답.

-기업의 혁신과 조직문화는 어떤 관련이 있는가.

▶혁신은 기존에 하지 않은 새로운 것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패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내부지향적인 조직의 경우 효율과 성과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실패를 자원이 낭비된 것으로 인식한다. 결과가 담보되지 않는 것은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여기기도 한다. 조직의 문화가 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수없이 많은 실패가 성공으로 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용인하는 문화가 형성되어야만 혁신이 가능하고, 지속적인 성장도 가능하다.

-조직문화는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하는가.

▶한국 기업들의 경우 대개 신입사원들이 들어오면 선배가 “네가 우리 조직에서 성공하려면 ○○해야 돼”라고 하는 말이 구전되면서 조직문화가 형성된다. 이 말이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 체화되고, 경험이 신념이 되고, 행동으로 굳어진다.

제임스 헤스켓의 ‘문화가 성과다’에 따르면 조직 구성원들의 경험(experience)과 신념·믿음(belief), 행동(action)의 결과(result)로서 조직문화가 형성된다. 경험이 신념이 되고, 행동으로 굳어지며 구체적인 경험과 행동을 통해 조직문화가 실재(tangible)하게 된다. 따라서 조직문화를 바꾸려면 경험을 바꾸고, 신념을 바꿔 행동을 변화시켜야 한다.

제도를 바꾸면 경험이 바뀔 것이라고 하지만 제도를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중요하다. 대부분 한국 기업들의 제도 변화는 선언적이고, 일시적이라는 문제가 있다. 국내 기업들이 추구하는 핵심가치는 크게 도전, 창의, 열정, 상생, 글로벌, 변화 등을 벗어나지 않고, 그마저도 대부분 선언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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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들의 조직문화의 특성은?

▶국내 기업들은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권위적 조직문화를 탈피하고자 미국식 인사관리 제도를 도입했다. 경쟁가치모델(위 표 참고)에서 외부지향성과 유연성이 높은 조직문화를 지향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핵심가치나 경영전략으로 개방적 시스템과 조직문화를 강조했다.

그러나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하는 방식이 안정 위주로 통제적이었다. 그러다보니 여전히 조직 내부에서는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문화가 팽배했다. 혁신도 지시로 하고, 관리로 할 정도였다.

외부 환경, 즉 시장 환경의 변화에 대해서는 개방적으로 판단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해야 한다. 유연한 적응력을 가지려면 조직문화가 다양성을 가지고 있고, 개방적이어야 한다.

위계질서가 강한 조직문화의 특성은 집단적 사고와 동질화다. 조직 구성원들이 동질화돼 유연성과 개방성이 저해된다. 성과에 초점을 맞추면 동질화가 심해진다. 알고 있는 성공방식을 되풀이하게 된다. 효율성을 심하게 추구하는 것 역시 유연성을 저해한다. 이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회에 대한 탐색이 사라진다.

-한국 기업의 조직원들은 몰입이 약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일례로 국내 기업들 중에는 개방적인 휴게 공간을 만들어 직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대부분 그 공간이 텅 비어 있다. 업무 시간에 그곳에 있다는 것은 업무를 안한다는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사가 직원들에게 이런 개방적 휴게 공간에 내려가라고 '관리'까지 하는 상황이 연출되기기도 한다.

우리의 혁신은 관리와 통제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경영자가 직원에게 변하라고 한다면, 그렇게 변화가 이뤄질 때 직원들은 과연 몰입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자발성과 자기주도성이 필요하다. 혁신의 가장 기본적인 속성은 자발성이다. ‘네’가 아닌 ‘나’를 이해하고,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영자가 “나를 위해 네가 변하라”라고 해봐야 변하지 않는다.

혁신이나 창의도 지시하고, 관리하는 관리형 문화에서는 출근할 때 머리를 냉장고에 넣어 놓고 가도 된다. 주도적, 자율적으로 일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임이 잘 전가된다. 책임 문화가 없다. 시켜서 일하면 시킨 일만 한다. 결과로부터 학습하지 않는다. 스스로의 기획력은 퇴화하고, 다시 위에서 더 강하게 지시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자발성을 이끌어내기 위한 동기부여는 어떻게 가능한가.

▶동기부여는 사실 잘못된 말이다. 동기를 밖에서 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대부분 성공한 사람들은 불확실하고, 리스크가 많고, 가지고 있는 것도 없던 시절에 누군가가 동기를 부여해 준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동기를 가지고 그 성공을 일궜다.

동기를 외부에서 자극하거나 강화할 수는 없다. 물론 물질적 보상과 같은 외재적 동기가 있다. 보상이 주어져야 동기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보상이 사라지면 동기도 사라진다. 순응은 유도할 수 있겠지만 몰입까지는 유도할 수 없다. 외환위기 이후 도입한 미국식 인사제도의 핵심은 성과에 의한 차등보상이 직원들의 동기를 강화시킬 것이라는 기대였다. 그러나 실제로 잘 되지 않았다. 물질적 보상도 굉장히 높은 수준이어야만 했다.

리더는 직원들의 동기와 동기가 연결되는 집단지성, 그리고 개인의 몰입도와 조직의 집단지성을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이는 관리와 통제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조직문화 혁신에 있어서 리더의 역할은 무엇인가.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는 동질화된 집단적 사고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개방성과 다양성에 기반한 새로운 집단지성을 모색할 것인지, 리더의 선택지는 자명하다. 리더는 끌어주는 사람이 아니라 밀어주는 사람이다. 카리스마가 강한 리더가 직원들을 손발로만 쓰는 것은 기업에 굉장한 리스크다. 진정한 리더는 카리스마가 아니라 열정으로 구성원들을 뒤에서 밀어준다. 겸양의 태도를 갖추고 구성원들의 의견을 경청하며 아이디어를 지닌 직원들의 새로운 탐색과 담대한 도전을 밀어준다. 구글과 3M, 아이데오 등의 혁신적 기업들은 리더가 변화를 이끌어가기보다 변화를 주도하는 직원들을 열심히 뒷받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