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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플랫폼 뉴스레터] 신경수 아인스파트너 대표 인터뷰 "

조철희 | 2014.08.21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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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속도로 변화하고, 경쟁이 심화되는 시장 환경에서 기업들은 저마다 현상을 돌파하고 미래에 대응할 강력한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 특히 이 고단한 혁신을 성공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역량 있는 조직문화의 바탕이 필요하다는데 이견이 없다.

이에 각 기업들은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현재까지 국내 상황에선 구태를 떨쳐버리지 못한데 따른 폐해를 지적 받는 경우가 많다. 비단 민간기업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군 등 다수 공공기관의 조직문화도 심각한 사회 문제로 지적되는 등 여느 때보다 조직문화의 개선 솔루션에 대한 갈급함이 높아졌다.

인사조직 컨설팅 전문가인 신경수 아인스파트너 대표(사진)는 "조직문화는 가정의 가풍과 같은 것"이라며 "기업에서 가장인 오너가 조직문화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오너의 행동과 태도, 메시지 등이 오랫동안 축적돼 조직문화를 구축한다"며 조직문화 형성에 있어서 오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신 대표와의 일문일답.


-조직문화의 형성에서 오너의 역할을 가장 강조하고 있는데.
▶조직문화는 가정의 가풍과 같은 것이다. 가정의 자녀들은 가풍에 맞게 규범을 따르고 행동에 영향을 받는다. 기업의 경우에는 강조하는 조직문화의 규범이 일하는 구성원들의 행동과 의식에 영향을 미친다. 가풍을 만드는 이가 가장이듯이 기업의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은 오너다. 전문경영인인 최고경영자(CEO)보다는 오너가 더욱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례로 비도덕적인 비즈니스의 성과에 대해서 오너가 담당자를 칭찬한다면 다른 구성원들에게도 그것이 각인돼 조직문화적으로 비도덕적 비즈니스에 대한 경계감이 느슨해 질 것이다. 반면 모 대기업의 회장은 주위의 말을 잘 경청하는 것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다보니 중간 경영진이나 부서장들도 부하 직원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문화가 형성됐고, 전사 차원에서 경청 문화를 시스템화하는 노력도 진행 중이다. 어떤 사안에 대한 오너의 태도와 반응, 메시지 등이 조직문화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기업의 사례를 들어 설명해준다면
▶개인적으로 최근 국내 대기업 중 관심 있게 보고 있는 곳이 코오롱이다. 마우나오션리조트 사건 때 오너가 빠른 결단과 직접적인 행동을 통해 사태를 빠르게 수습했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은 오너의 행동을 보면서 강력한 동기부여를 가졌을 것이다. 이런 것이 조직문화로 쌓이는 것이다.

반면 세월호 참사를 일으킨 유벙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는 어떠한가. 오너가 신으로 추앙받지만 안전교육도 제대로 시켜주지 않고, 자신들은 비싼 그림을 사모으고 하는 모습을 직원들이 보면서 아무런 애정도, 동기부여도 갖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 그래서 사고도 터지게 된 게 아닌가 싶다.

조직문화는 평소에는 별로 중요하게 드러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닥쳤을 때 평소에 쌓아놓은 강한 체력으로 잘 견디고 이겨낼 수 있는 바탕이 되는 것이다. 평소에 건강하게 체력을 유지했다면 병에 걸리더라도 잘 이겨낼 수 있고, 평소에 자동차 유지 관리를 잘해놨다면 사고에 견딜 수 있는 저항력이 커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오너의 자질 부족으로 오너의 역할을 통한 올바른 조직문화의 형성에 한계가 있을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이나 중간 관리자 등은 사실 강력한 힘도 없고, 힘을 잘 발휘하지도 못한다. 오히려 노조를 통해 조직문화 형성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우리 노조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있지만, 사실 부당한 오너에 맞서 좋은 회사를 만들려고 노력했던 것이 노조였다. 조직문화를 부당한 쪽으로 끌고 가려는 오너에 맞서 정당한 쪽으로 방향을 돌려놓는 것이 노조의 역할이 돼야 한다. 선진국 기업 노조는 이미 방향성이 이런 데 맞춰져 있은 지 오래다.


-오너는 물론 CEO도 큰 틀에서의 전략을 정하거나 외부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책을 결정하는 것 등이 주요한 역할 아닌가.
▶일반적으로 CEO들은 자신의 미션이 계약 체결이라든가, 미래 먹거리 창출 등 거시적이고, 외부적인 것에 있다고 보지 직원들 목소리에 귀기울이거나 하는 내부적 관리에 있다고 보진 않는다. 그러나 직원들의 생각은 많이 다르다. 최근 샐러리맨들을 대상으로 회사의 성장을 결정하는 것이 외부 영향인지, 내부 영향인지 물은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0%가 내부라고 답했다. 또 내부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인물로 CEO를 꼽았으며 CEO에게 가장 기대하는 것은 조직 관리라고 응답자의 70%가 답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CEO에게 기대할 것은 인사이트 같은 것들이다. 그러나 이같은 답변은 괴리감을 보여준다. HR 관점에서 조직 관리는 부서장의 역할이지 CEO의 역할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답변이 나온 이유는 바로 부서장들이 조직 관리를 잘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부서장들이 조직 관리를 잘 하기 위해서는 어떤 개선이 필요한가.
▶‘담당자 의식’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우선 권한 위임을 많이 받아야 하겠지만 권한에 맞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눈치 보지 않는 것, 즉 소신과 주관이 있어야 한다. 두 번째로는 다양성에 대한 인정이 필요하다. 사람은 모두 다 똑같지 않다. 나와 같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부하 직원이지만 충분히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고, 특히 현장에 대한 문제라면 실제로 현장을 뛰고 있는 부하 직언이 더 잘 알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 기업 문화에선 위에서 결정된 계획이 현장의 의견을 듣고 바뀌는 경우가 별로 없는데 이런 점들이 개선돼야 한다.


-유교 문화 등 한국적 특수성에 기업들의 조직문화 형성에 장애요소가 있는데
▶한반도를 오랫동안 지탱해온 유교 사상이 정이 있는 문화를 만들기도 했지만 장유유서의 나이를 중요시 하는 것이나 상대에게 안좋은 말을 못하는 것 등 치명적 단점도 있다. 안좋은 것도 함께 하는 ‘패밀리즘’ 같은 것은 타파해야 한다. 공과 사는 구분돼야 한다. 능력이 없는 사람이 나이가 많다고 배를 끌고 가면 배는 침몰할 수 있다. 따라서 조직문화 차원에서 능력 위주의 평가 시스템이 매우 중요하다. 조직 구성원들의 육성을 관점으로 실력과 태도를 평가해 적재적소에 기용해야 한다.

-오너만 바라보는 문화에서 바뀌어 직원들 각자도 기업가정신을 갖는 조직문화를 만들자는 이야기도 있는데
▶기업가정신은 스타트업에 어울리는 용어다. 동기부여가 되고, 조직에 대한 애정이 있다면 기업가정신은 갖지 말라고 해도 갖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기 때문에 기업가정신을 가지라고 강조, 아니 강요하는 게 아닌가 싶다. 위에서 아래에 희생을 강요하는 것일 수 있다. 도전정신을 강조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실패의 경험을 소중히 여기는 조직문화라면 도전정신을 강조할 만하지만 그렇지 않은 현실에서 도전정신을 강조하는 것은 무리하게 등을 떠미는 것과 같다. 기업가정신은 창업가, 벤처기업가 또는 경영자들에게 두려움 없이 앞을 향해 나아가라면서 해줄 말이다.


-모회사인 일본의 리쿠르트는 조직문화가 뛰어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어떠한 모습인가.
▶리쿠르트는 직원들에게 “어떤 일을 하면 행복한가?”, “어떤 일을 하고 싶나?”라고 끊임없이 묻는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열심히 일하고, 좋은 성과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쿠르트는 직원들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또 하향식으로 전해지는 미션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사람이 누구인지를 먼저 묻는다. 그렇게 해서 일을 맡은 직원이 중간에 좋은 결과를 내놓지 못하더라도 문책하지 않고 잘 지켜본다. 실패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같은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리쿠르트에선 지금까지 30여개의 회사들이 독립해 나갔다.


◇신경수 대표는 1994년 일본 윌슨컴퍼니에서 근무하고, 1998년부터는 아인스파트너 대표를 역임해 왔으며 경희대학교 겸임교수, 이노비즈협회 이사, 한국컨설팅협회 이사 등을 지냈다. 한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로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돼 진로를 HR로 바꿨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했으며 현재 아인스파트너 대표로 한국의 많은 기업들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