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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글로벌 컨퍼런스 '2013 키플랫폼' 강연자, 키어 볼레이 갬(GAM) 포트폴리오 매니저 인터뷰

신희은 | 2013.06.2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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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기회복과 달러 강세가 이어지는 시점에 우리는 채권보다 주식에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

세계적인 헤지펀드 재간접 투자사 갬(GAM)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로 영국에서 활약 중인 18년 경력의 '베테랑 투자전문가' 키어 볼레이(Kier Boley)는 한국 투자자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지난 18∼1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글로벌 컨퍼런스 '2013 키플랫폼'(K.E.Y. PLATFROM 2013)에서 강연한 직후 기자와 가진 인터뷰에서다.

미국이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점진적인 양적완화 축소를 공언한 것에 대해 볼레이 매니저는 "양적완화 정책은 한번 실시하면 출구전략을 시행하기 쉽지 않다"면서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조만간 있을 경기사이클 전환에 미리 대비할 필요는 있다"고 지적했다.

볼레이 매니저는 미국 이외 지역에 대한 주식 투자를 담당하고 있으며 특히 신흥시장과 아시아에 대한 멀티매니저 투자가 '주특기'다. 갬은 미국, 영국, 스위스, 일본, 아일랜드, 홍콩, 버뮤다 등 9개 지역에 영업망을 구축한 글로벌 헤지펀드 재간접 투자사로 지난 1983년에 설립됐으며 533억달러(약 60조원)에 육박하는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멀티매니저 펀드(Multi-manager fund)는 통상 성장형, 가치형 등 다양한 투자스타일을 가진 외부 펀드매니저들에게 자산을 일정 비율로 배분해 운용을 위탁하고, 포트폴리오 매니저가 시장상황과 각 매니저들의 성과에 따라 비율을 조정·관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멀티매니저펀드는 한국시장에서 낯선데 간단히 설명해준다면
▶멀티매니저펀드는 헤지펀드에 효과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펀드오브헤지펀드(FoHF)의 일종이다. 주식롱숏(Equity Long-Short), 이벤트드리븐(Event-Driven) 등 헤지펀드의 핵심전략에 투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몇 가지 전략이나 지역을 선택해 투자할 수 있다. 채권이나 주식 비중을 얼마로 가져갈지, 어느 정도의 리스크를 지고 얼마만큼의 수익률을 추구할지 등을 투자자가 택할 수 있다. 개별 헤지펀드에 직접 가입하는 것보다 수수료도 더 저렴하다. 투자팀이 어떤 헤지펀드를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킬지, 투자는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적절한 리스크와 수익을 위해 어떻게 컨트롤할지 등을 분석하고 관리한다.

-신흥시장에 투자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신흥시장 주식은 높은 수익을 창출한다는 장점을 갖고 있지만 매수 후 보유 전략으로 접근한 투자자들이 높은 변동성에 실망하는 경향이 있다. 전체 신흥시장 수익률과 유사한 8~10% 수준의 성과를 내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 시장이 좋을 때 신흥국 주식시장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매니저가 수익을 내고, 약세장에서는 매크로 매니저가 적극적인 매니저의 손실을 상쇄하는 것이 전반적으로는 더 좋은 효과를 낸다. 전체 가운데 70%는 적극적인 매니저에 투자하고, 30%는 신흥시장 매크로 매니저에 투자하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올해는 이런 전략으로 신흥시장이 8% 정도 하락했을 때 우리는 1% 가량 수익을 거뒀다.

-한국형 헤지펀드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의 경험에 비춰 보면 지역의 헤지펀드 시장 구축을 위해선 당국의 협조가 필요하다. 헤지펀드 운용사가 현지 사무소를 열고 투명한 규제 프레임을 설정하고 헤지펀드가 관리할 수 있는 지역의 자산 풀을 만드는 작업 전반과 관련돼 있다. 강력한 서비스 제공구조를 구축하면 연기금과 기관투자자들의 투자를 끌어낼 수 있다. 세계적인 헤지펀드들이 한국에 사무소를 열고 현지화하는 것도 중기적으로 헤지펀드 산업이 발전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브라질, 싱가포르, 홍콩, 시드니, 호주 등지에서 전형적으로 이뤄진 과정이다.

-한국 헤지펀드 업계에 해주고 싶은 조언은.
▶우선 펀드매니저들이 경기사이클을 거치면서 경험을 쌓고 꾸준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을 주고 기다려줄 필요가 있다. 어떤 매니저들은 매우 빠른 시간 내에 탁월한 성과를 내지만, 상황이 좋지 않을 때에는 정반대의 결과를 내기도 한다. 어떤 매니저들은 사이클과 상관없이 꾸준한 성과를 내기도 한다. 수익률 관점에서 보면 매니저는 '알파'(초과수익률)를 창출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헤지펀드 수수료는 기존에 비해 높아지고 있고 투자자는 이러한 비용을 지불하기를 꺼려한다. 투자자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수준의 변동성도 중요한 요소다. 자산 규모가 작으면 더 큰 헤지펀드와 협력할 수도 있고 다른 소그룹에 참여하거나 충분한 자산이 모아질 때까지 기다리는 방식을 권한다. 숙련된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최고운영책임자(COO)도 중요하다. 글로벌 규제의 비용이 수수료 수입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운영 면에서 투자 의욕도 중요하다.

-글로벌 경제에 대한 전망은 어떤가.
▶투자자들은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의 타이밍을 걱정하고 있지만 주요 중앙은행들로부터 풀린 과잉유동성 상황이 단기간에 반전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약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채권시장보다는 주식시장에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며 국채에 대해선 우려감을 갖고 있다. 최근 신흥시장 약세는 미국 뿐 아니라 일본이나 중국, 원자재 시장 사이클과도 연관돼 있다. 때문에 한국을 포함한 신흥시장 투자자들은 내수주 등 방어적인 종목에 투자해왔다. 양적완화 정책은 한 번 실시하면 출구전략을 시행하기 쉽지 않지만 투자자들은 조만간 있을 경기사이클 전환에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투자자들은 미국의 경기회복과 함께 달러 강세가 이어지는 시점에 어디에 어떻게 투자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